[데스크칼럼] 금융권 협회장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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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권 협회장 사용설명서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7.11.2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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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금융증권부 팀장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금융권 협회장 인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시민의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민주정부여서 어떤 새로운 인사와 시스템이 생길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항상 정권마다 되풀이 되는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달 선임 과정부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분리되기 전인 참여정부 시절 김 회장은 마지막 금융감독위원장(겸 금감원장)을 맡았던 관료 출신이다. 2008년 3월 공직을 떠난 뒤 10여년만에 손보협회 수장으로 귀환했다.

손보사들은 재무부부터 시작해 건설교통부 차관 등을 거쳐 청와대까지 입성했던 김 회장의 화려한 이력에 기대하는 눈치다. 정통 관료출신이어서 탁월한 대관대응력과 현정부와의 코드도 잘 맞을 것이란 주장이다.

동시에 유의사항도 존재한다. 통상 관료출신들은 관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무모함을 싫어한다. 되든 안되든 설득하고 돌파하려는 속성보다는 스스로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의 구분이 명확하다. 또 공직사회에서 ‘큰어른’에 속하는 서열일수록 기수가 낮은 실무진들을 그냥 패싱(passing)한다. 가령 금융위원장이 내 대학후배이자 행시 10기나 후배인데 뭔 아랫사람까지 만날 필요 있느냐는 웃어른 기질이 나올 수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특히 관료출신 협회장들은 현재 머무르지 않는다. 더 높은 공직을 향해 협회장직을 ‘징검다리’로 이용하는 특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보협회장 인선 과정 논란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몰라도 은행연합회는 민간출신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를 회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은행권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내정자는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2014년말까지 농협은행장 및 농협 부회장을 지냈다.

이 정통 금융맨에게도 유의사항은 있다. 현정부 들어 파워를 자랑하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인맥이라는 점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이다.

이런 지연, 학연 인맥은 유통기간이 짧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듯 민주주의 정치가 살아있는 한 권력은 돌고 돈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당시 ‘4대 천황’이라 불리며 금융권을 호령했던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이제 현직에 없다. 강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동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땐 대통령 출신 학교인 서강대가 급부상했다.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전 KDB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다.

이처럼 관료나 인맥에 따른 협회 수장은 한계가 있다. 그러면 협회장에겐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협회 회원사들을 위한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협회 회원사를 대변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정교사였지만 정부 출범 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단기부양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단체나 기관의 수장은 헌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의장의 한달 월급은 1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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