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 못 지킨 환율…안전선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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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원 못 지킨 환율…안전선은 얼마?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7.11.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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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1050∼1180원’ 전문가 의견 엇갈려
원.달러 환율이 22일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장중 달러당 1090원이 깨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우리 산업과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어디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달러 환율이 14개월만에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1090원선에서 30원 정도의 등락폭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출기업의 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환율선은 1050∼1180원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환율 방어 등 개입 움직임도 환율 하락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6.7원 내린 달러당 1089.1원에 마감됐다. 지난 17일 종가기준으로 1년2개월만에 1100원선이 무너진 이후 환율은 빠른 속도로 수직하락 추세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팀장은 이와 관련 “외생적인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현재 형성된 수급의 힘으로 환율 상승은 힘들어 보여 1089원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원화 강세에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실리면서 연말까지 환율이 1070∼112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내내 외환시장을 짓눌렀던 북한 리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완화되면서 원화 상승 탄력을 받았다. 중국,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도 국내 외환시장 관련 위험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가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도 “대외 경기 호조에 따라 국내 수출 기대감 등에 환율은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도 있다”며 “내년 초반까지 환율은 1100원대 이하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 4분기 평균 환율을 1146원으로 전망했으며 내년 1분기는 평균 1150원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져도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느냐다.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업체들은 달러 표시 상품각격이 오르며 가격경쟁력을 낮춘다. 그만큼 수출경쟁력이 악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물론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 안정시키고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난다.

한금융투자는 1050원선까지는 우리 수출경쟁력 악화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수준의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동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세제 개편안 기대에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음에도 10월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는 4.1% 절상됐다”고 말했다. 수출 호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축소, 내수 활성화를 선호하는 정책 기조 등이 달러 강세 압력을 상쇄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8월과 9월 각각 1조9967억원, 1조5899억원을 순매도했으나 10월 이후 4조5773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노 연구원은 특히 “내년 코스피 순이익률이 6.5%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코스피 이익은 올해보다 감소하지 않는데 이에 대응되는 환율은 1065원”이라며 “편차를 고려해 환율이 1050~1080원을 하향 돌파하지 않는 한 감익에 대한 우려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경제주평에서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을 달러당 1184원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11월 평균 환율 달러당 1116원은 균형환율 1184원에 비해 약 5.7% 고평가된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이 10% 포인트 하락하면(원화가치가 10% 오르면) 수출가격은 1.9% 포인트 상승하고 나머지 8.1%포인트는 기업 손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같이 환율 안전선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외환 당국도 환율방어 등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비공식 구두개입만 했을 뿐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은 환율 수준방어 노력보다 속도 조절을 지속하면서 최적 개입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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