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치’에 고심에 빠진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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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치’에 고심에 빠진 금융권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7.11.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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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선임 과정, 노사관계에 정부 입김 거세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금융권이 신관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입김이 금융권 CEO선임과정과 노사갈등 과정에서 작용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협회 등에서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가 단행돼 내부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또 친노동 성향의 정부를 의지해 금융권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앞세우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CEO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행장 인선과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할지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달 8일까지 차기 행장 최종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행장의 후보군을 10명 내외로 추렸다. 후보군에는 우리은행의 전·현직 임원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포함됐다.

현재 행장 업무를 대행하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을 비롯한 쟁쟁한 내부 인사가 있어 외부인사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채용비리 의혹으로 민영화에 성공한 이광구 행장이 낙마하는 등 은행 내부에선 외부 낙하산 관변인사가 단행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구성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만약 친정부 성향의 외부인사가 행장으로 온다면 노조 등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도 최근 임추위를 열고 행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일정과 절차 등을 논의했다.

차기 행장은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과 이경섭 현 행장 모두 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온 전례에 비췄을 때 내부 인사가 올 것으로 당연시된다.

앞서 SGI서울보증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김상택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보증 노동조합은 김 후보자가 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적폐인사라고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이어서 내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상태다.

주요 금융협회 수장들은 외부 장관급 인사가 기용되며 낙하산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재무부 출신인 김용덕 신임 회장은 2008년 금감위원장을 끝으로 10년 가까이 관직을 떠나 야인 생활을 해오다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복귀해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올드보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는 24일 후보군 요건 등 협회장 인선작업을 진행할 생명보험협회도 손보협회장과 ‘격’을 맞추기 위해 관료 출신이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연합회는 27일 정기 이사회 때 차기 회장의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당초 홍재형(79) 전 부총리,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등 외부 관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올드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호남 금융권의 대부로 불리는 민간 출신인 신상훈(69)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낙하산 외부인사로 표현되는 금융권 신관치 논란은 노사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은 노조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에 대해 찬성표결을 했다. 비록 찬성율이 17%대에 머물러 이 안건은 부결됐지만 국민연금의 지원에 따라 KB노조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 안건을 다시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민연금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BNK금융·DGB금융지주 등 5곳의 단일 최대주주였다. 국민연금은 이들 5개 은행지주사에서 적게는 8%대, 많게는 12%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에서도 국민연금은 2대 주주다.

이런 국민연금이 KB금융 주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참여를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정부 출범 후 금융권 노조가 CEO선임 과정에 개입하거나 고발 등을 통해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며 “그간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던 국민연금 등이 사실상 노조를 지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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