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아직도 중앙에서 좌지우지, 갈길 먼 지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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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아직도 중앙에서 좌지우지, 갈길 먼 지진대책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7.11.2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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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에 휘말려 법안 잠자고, 부처간 갈등에 사업 지지부진
포항지진 후속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5차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1일 당‧정‧청이 회의를 열고 포항 지진에 따른 지원 및 예방 대책을 논의해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그러나 지진 대비 선진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갈 길이 멀어보인다. 여전히 중앙정부에 몰려있는 지진 업무와 예산이 가장 큰 문제다. 관련 예산 확보나 정책 집행이 정쟁에 휘말려 지체되기 쉽고, 지역 현실에 맞는 대처도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국회에서 발의된 각종 지진 관련 법안이 경주 지진이후에도 잠자고 있고, 예산안은 심사과정에서 축소돼 왔다.

◇일본은 방재조직 역할분담 분명해…3단계 방재계획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동일본대지진경험에 근거한 일본의 재해경감노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지정행정기관과 지정공공기관에서 재난 및 재해 관련 업무를 분담해 수행하고 있다.

정책 마련은 중앙정부의 내각부가 하고 지방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로 예방·복구를 담당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 차원에서 문부과학성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가 있다. 지진에 관한 관측, 측량, 조사 및 연구를 추진해 종합적이고 기본적인 지진 시책을 입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아래에 ‘정책위원회’와 ‘지진조사위원회’가 있다.

‘정책위원회’와  관련 있는 각 부처의 국장급간부, 지방자치단체장, 학계 인사들로 구성돼 지진에 관한 연구 및 조사관측계획의 조정, 예산 배분 방침, 조사 성과 홍보 방침 등을 심의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을 배분해 활단층이나 지하구조 조사도 지원하고 있다.

‘지진조사위원회’에서는 국립대나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매달 모여 국내의 지진활동 상황에 대해 검토하고 평가문을 공표한다. 이에 근거해 향후 30년 이내 진도 6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률 분포를 나타내는 ‘지진동예측지도’도 작성하고 있다.

‘중앙방재회의’는 총리를 중심으로, 전 각료, 지정된 공공기관장 4명및 학계 인사 5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는 국가의 방재기본계획 제정이나 중요시책을 결정하고 대규모지진대책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지진방재대책강화지역 등을 지정하는 일을 한다.

지방정부는 도도부현(都道府県) 및 시정촌(市町村)에 각가 지방방재회의를 두고 방재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한 방재계획은 방재기본계획, 방재업무계획, 지역방재기본계획 등 3단계 수준으로 마련돼 있다. 이 중 최상위수준인 방재기본계획은 방재에 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시간순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주민 등 각 주체의 책무 및 대책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재해 이후 복구에 참여하는 주체가 다양하고 지자체가 중심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은 재해대책기본법에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협력 및 상호지원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도록 명시했다. 또 방재기본계획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사업자와 물자, 재해복구, 구급구호, 수송 등에 관한 협정을 주로 체결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구방재계획도 창설해 지역 일정지구 거주자들의 방재활동을 촉진하고 지역방재력을 높이도록 도모하고 있다.

◇지진단층조사, 예산 확보도 어렵고 전문인력도 부족해

중앙정부에 휘둘리다보니 제대로 된 지진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진단층조사에서 알 수 있다. 아직 우리는 한반도 땅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상태. 지진단층조사는 건물 내진 보강에 이어 시급한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7월 13일 ‘다부처 공동 지진단층 조사 연구개발(R&D) 사업계획'을 밝혔다. 2041년까지 1175억원을 투입해 범부처공동사업단이 전국에 450여개로 추정되는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최종적으로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전안전부(당시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사업 중첩 방지 등을 위해 공동기획연구를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했고,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연구를 같이 수행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다.  

각 부처별 사업을 보면 행안부는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을, 원안위는 ‘16. 9월 지진 지진원 특성조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토대단층계 위험요소 평가연구’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될 뻔하고 전문인력까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원안위가 올 4월부터 착수한 사업은 지난해 국회를 통해 10억원으로 비교적 적은 예산이 투입돼 10월말 기준 7개 관측소에만 위치를 선정하고 지진계를 설치한 상황이다. 이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감액됐다가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계획했던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다. 국가 R&D 예산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이 원안위 요구안에서 27.0% 감액해 편성하고 그 사유 및 내용을 원안위에 알리지도 않았다.

한편 행안부가 책임지고 있는 '단층구조선 연구'는 사업 책임수행기관으로 부경대를 선정해 7월부터 조사연구에 착수했다. 부경대를 주축으로 산하에 여러 기관이 있고 국내 대다수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투입된 전문인력이 지질학 전공의 석박사 과정 총 70여명으로, 전국을 다 둘러봐야 하는 사업 규모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행안부의 ‘국가지진위험지도 작성방법 표준화 방안 마련’ 연구과제도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10월 현재 3차 공모까지 진행했으나 유찰 및 응모기관의 기준 미달로 연구기관이 선정되지 않아 올해 예산도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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