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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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7.11.20 11: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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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지난 19일 재난지역 대피소에 처음으로 텐트와 가림막이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가족들의 ‘사생활 침해’를 걱정했던 일이 반복되지 않게 됐다. 우리가 조금씩 더 나은 사회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직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점이 많았다.

우선 지진 발생 당일 서울에서 진동을 느끼기 전에 경보문자를 받은 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알고 보니 2016년 12월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지진방재 종합대책’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정부 관료는 지진 발생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상청에서 국민안전처로의) 보고를 생략, 센서 감지 후 자동으로 기계가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측정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관측소 증설을 조기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재난 대응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우선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의 방향으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역사가 30년이 됐지만 왜곡된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부터가 지방자치의 실정을 짐작하게 한다. 지진 대처에서 포항시의 판단을 중시하는 모습에서 지방자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수능을 전격 연기한 이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적어도 고위 정부 인사들이 정권의 가치를 담은 시정 구호를 단지 구호로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포항지역 수능고사장에 대한 브리핑에서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하되 학생 안전 중심으로 현장의 판단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포항지역 시험장들을 안전 진단한 결과, 모든 학교에 구조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학생들이 심리적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지진 진원지에 가깝고 피해가 큰 포항 북쪽의 시험장 4곳을 남쪽으로 대체하겠다는 결정도 나왔다.

이처럼 과거의 문제점을 고쳐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달라지고 있지만 변함없는 구태도 눈에 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찔렀던 막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어느 목사는 “종교인 과세 때문에 지진이 났다”고 말하고, 어느 정치인은 “이번 포항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엄중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다른 이들이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해도 사과가 없다. 자신의 정당성만을 주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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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17-11-24 09:35:03
기사 공감합니다.
기자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