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사는 느릿느릿...밥그릇 챙기기는 전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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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심사는 느릿느릿...밥그릇 챙기기는 전격전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7.11.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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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국회의 예산심사가 여야 간 힘겨루기로 인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여야를 불문하고 밥그릇 챙기기에는 열심이어서 국회 내에 국회미래연구원을 신설하는 작업은 전격전을 방불케 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휴일인 이날에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예산안 심사에 나섰다. 여야 간 충돌로 인해 예상보다 심사가 진행되지 않자 다급해진 것이다.

예산안 조정소위는 지난 14∼17일 나흘간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등을 토대로 예산안 심사를 벌였지만 굵직한 사안에는 손조차 대질 못했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액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예산안이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나머지 다른 사안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통째로 보류됐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예산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사안들도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현격해 어느 선에서 조정이 될지 불투명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을 설득해 예산안을 시한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주당의 입지가 무척 좁다는 게 문제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원내 제3당, 국민의당과의 관계가 최근 홍종학 중소벤처장관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건으로 소원해진 게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 SOC 홀대론’를 내세워 호남지역 SOC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판 정치적 거래에 의해 예산안이 좌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회의 예산심사가 여야 간 정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정반대로 의원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약 50억원 규모의 국회 출연연구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기 위한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속전속결이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국회의장 의견제시 형태로 운영위에 제안된 것이라 일반이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법안 내용을 조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법안은 각 의원실에만 배부됐다.

국회는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중장기 연구 과제를 일관되고 중립적으로 수행하자는 취지로 국회미래연구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회 내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도서관 등과 역할이 중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대와는 달리 국회 도서관장 자리처럼 여야 간 자리 나눠먹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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