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결산] 첫날부터 시작된 폭력 국회…예산안까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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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결산] 첫날부터 시작된 폭력 국회…예산안까지 폭력
  • 한승진 기자
  • 승인 2010.12.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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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한승진 기자]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여야간 대치가 계속된 2010년에도 국회폭력은 빠질 수 없는 풍경이었다.

국회는 지난해 말 여당인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이은 노동관계법 개정안 직권상정 등으로 연말을 넘겨 연초까지 몸싸움으로 시작한 데 이어, 이번 연말에 또다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폭력으로 얼룩진 모습을 보여줬다.

여야 대치 속에서 국회에서 꼬박 밤을 새면서 맞은 2010년 국회는 시작부터 불안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야당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새해를 맞았다.

올해 1월 1일 새벽 0시30분으로 심사기일을 지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과 미처리된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이에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을 막기 위해 의사진행발언 및 반대토론 등을 통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시도한 야당 의원을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밀치고 이에 야당 의원들도 반발하고 나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결국 올 연초부터 한나라당은 노조법과 예산 부수법안들을 여야 의원들의 충돌 속에 통과시켰다.

이처럼 새해를 몸싸움으로 열었던 국회는 올 한 해에도 내내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에 있어 극명한 이견 대립으로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지만 한동안 잠잠한 모습도 보였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문제의 경우 한나라당 내에서 계파 간에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국회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 부결됐고 이에 따라 그동안 지속돼온 논란을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3주간의 국정감사 일정이 마무리돼가던 22일 안경률 행정안전위원장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의 기습상정을 시도하면서 의사봉 쟁탈전을 벌이는 등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의 첫 질서유지권이 발동됐지만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무난히 넘어가기도 했다.

여야 간에 유통산업발전법안(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안(상생법)의 동시처리 여부를 놓고 대립하면서 직권상정 위기까지 갔던 기업형 슈퍼마켓 관련법(SSM법)도 충돌 없이 합의처리됐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예산 및 관련법안 등이 관건이 된 연말 예산국회를 앞두고 또다시 긴장이 고조됐고, 결국 내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지난해 말에 이은 폭력국회는 다시 연출됐다.

전조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먼저 나타났다. 국회 예산안 처리를 놓고 야당이 국회 로텐더홀 점거농성에 들어간 지난 7일 저녁 한나라당이 국토위에서 4대강 관련 법안인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안(친수구역특별법안)을 기습 상정한 것.

당시 한나라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비공개 당 의원총회 직후 국토위원장실과 소회의장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채 단독으로 친수구역특별법 등 92개 법안을 상정했고, 이 때 위원장실 앞에 나타난 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은 진입을 막으려는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같은 여야의 충돌은 이튿날 정점에 달했다. 민주당은 9조6000억원 가량의 4대강 사업 예산 중 70%를 삭감해 서민·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정부안대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맞섰고 결국 8일 오후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309조여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본회의 개의 예정 시각인 오후 2시가 되기 전부터 여야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대치 국면을 이어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구를 막고있던 민주당 의원들을 뚫고 회의장에 진입했으며 이후 의장석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리고 의장석을 차지했다.

이 때 여야 여야 의원들 간의 격한 몸싸움 속에서 실신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응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특히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 간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 의원이 강 의원을 찾아가 주먹으로 가격하는 모습과 강 의원이 분풀이로 국회 경위를 폭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것.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의 강 의원 폭행 동영상과 관련해 민주당이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하자 한나라당도 강 의원이 먼저 폭행했다며 윤리위에 맞제소하고 검찰에 맞고발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또 동영상에서 강 의원으로부터 뺨을 맞은 국회 경위 역시 강 의원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폭력사태 속에 마무리된 국회는 지금도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리품으로 내년 4대강사업 예산을 사수했지만, 강행 처리 과정에서 템프스테이 예산 등 일부 예산이 누락된 점이 드러나고 '형님예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 이후 보름간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도 폭력 속에 벌어진 여야 간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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