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과 사람들'의 작가, 윤산 강행원 화백
상태바
[인터뷰] '자연과 사람들'의 작가, 윤산 강행원 화백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11.12 11: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듣는 윤산 강행원 의 작품세계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나는 자연과 일상들을 내 창작과 삶의 소재로 삼아왔다. 심미관은 시대정신에 반영하는 문화지형의 함의를 따랐다. 제도미술에 갇혀있던 울타리를 허물고 체제저항으로부터 해방과 자유의 민중미술을 수용했다. 이로부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정진했다. 때로는 즐겁고 아파해야하는 흔적들로 남겨진 고뇌도 없지 않았다.그렇지만 자연과의 동화를 꾀하는 기쁨도 동시에 내 창작정신의 경향이다···." <서문당 간행, '내 창조정신의 함의(含意)'-강행원-에서 발췌>

윤산 강행원 화백의 '자연과 사람들 展'이 열리고 있는 서울 인사동 G&J 갤러리에서 작가를 만났다.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3년,  중앙일보 연재 황석영 대하소설 '백두산',  동아일보 故박완서의 소설에 삽화,  소설가 김성동의 대하소설 '삼국유사'에 대형 삽화를 연재했으니 필력을 말해 뭣하랴... 

이에 더해 등단 시인이자 2003년 입적하신 불교계 큰별 청화 큰스님의 속가 종제로 불문에 출가해 수행이력 까지 겸비한 작가. 그 깊이를 가늠하기 고된일이다.

'선가사상과 문인화에 관한 연구',  '21세기 한국 문인화의 성장과 병폐' 등 스무편이 넘는 논문과 시집, 저술에 문인화, 서예, 전각 등 1500여 점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원로작가를 세상의 잣대로 바라보자는 허망한 놀음을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묻는다.

2천년 울릉도향목 God tree. Ulleungdo 3중선지 수묵담채 Oriental paper Indian ink 65.1 x 51.0cm 2013

- 시 詩. 문 文. 화 畵 를 두루 아우르는 작품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  詩와 그림은 하나입니다. 그림 가운데 언어문화의 정수인 詩가 담겨있습니다. 글은 국경을 넘어서면 소통이 단절되나 그림은 국경과 인종을 을 초월하는 조형적 언어입니다.

- 1천 5백여 점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된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  불가용어 입니다만...'생이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 때부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뜻으로 풀이 합니다만 저는 '후이지지'로 제 삶을 정의 합니다.  흔히들 '완성'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만 저는 이 말을 쓰고 듣는데 참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완성이란 말은 불가능의 영역에 속하는 단어이지요. 그저, 부지런히 정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뜻 이라면 맞겠다 싶습니다. 창작은 현재 진행형이며... 승속을 떠나 영원성을 추구하는 세상의 몸짓이 작품으로 드러났을 뿐이고 육신활동이 멎는 날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일이 곧 수행자, 작가의 본본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품의 숫자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한 때 불교수행자로 사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 한학을 하셨던 부친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때 천자문을 뗀 신동소리를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 모친의 죽음을 만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부친마저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입적하신 청화큰스님이 집안의 종형이신데 당신이 설립하신 망운중학교로 학적을 옮기고 청화스님의 제자가 됐습니다. 이후 승가생활을하면서 오늘의 나를 만드는 정신적 바탕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작은 손재주에 의지해 화업을하고 있는 바보라고 말씀 드립니다만 당시 청화스님의 가르침은 승가에 남아 '큰 바보'로 살라는 당부가 계셨습니다.

돌장승 Patron Saint 광목 수묵 혼합채색 Cotron Indian ink Mixed colors 28.0 x 36.0cm 2017

-그림은 무엇일지요.?

 : 제게 있어 창작은 하나의 일상입니다. 진실이라는 모티브위에 새롭게 읽혀질 허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지요. 허구는 사실 같은 감동을 통해서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노력 입니다. 작품은 보는 이들의 안목에 따라 해석이 천변만화 하고,결국 그안에 작가정신을 담는 일이 그림 아닐까 거칠게 정의를 내려 봅니다.

-  ' 녹조로 뒤덮힌 강', '얼쑤, 강물은 흘러야 한다','우리강산 얼씨구!'.작품집에 강을 주제로 그린 작품이 눈에 들어 옵니다.

: 법(法)대로 살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비단 사대강에 국한된 주제는 아닙니다. 제 일생을 관통하는 화두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물이 흐르는 대로 살라'는 순리를 거스르는 인간들의 욕망에 경종을 울리자는 의미입니다. 막히면 돌아가고, 너른 터에서 유유하라는 물길의 행보를 인위적으로 가두고 막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행위 입니다.

환경연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두고 행한 대로 과보를 받는다는 말 이겠는데...단견으로 세상을 내다보는어리석음이 국토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를 막자는 작은 소신으로 사대강 관련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강산 얼씨구! What a waste of our soil! 캔버스 도말 수묵 Canvas,Indian colors, Mixed colors 300.0x 200.0cm 2010

- 80년대 중 후반 부터 대형 걸개그림이 거리로 나온 것으로 압니다.'우리강산 얼씨구 작품'에서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 닮은...

: 사실, 걸개그림은 고려시대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원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괘불을 들판에 내걸고 법회를 했던 당시의 불교문화가 오늘에 이어진 것이지요. 80년대 독재에 항거하던 세상의 요구와 열망을 간결하고 힘있게 표현하자는 민미협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세상에 선을 보인 것입니다.

[ 80년 10월 한국화를 전공하는 소장작가들이 동아일보 회의실에 모여 '전통과 형상' 모임을 결성하고 매달 모임을 가졌다. 당시 회장이 없던 모인의 간사를 강행원 화백이 간사를 맡게 되면서 민중미술의 파고를 예고하는 전초전이 시작됐다-'윤산의 인간과 예술 행적' -원동석(미술평론가)- 전재]

[ 덧글 - 첫 가을비 내리던 10일 오후,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작가와 대담은 전시장을 드나드는 관람객들로 자주 중단됐고 강행원 화백은 이내 자리로 돌아와 소년의 모습으로 미안해 했다. 많은 말을 주고 받았으나 강(江)의 깊은 곳에 이르지 못한 기자의 질문은 표면에 맺힌  거품 몇 방울로 강물에 얹혀 하류로 흘러갔다. 기억에 남는 것은 청화큰스님과 인연을 말할 때 쏘는 듯 빛 나던 눈 빛과 높낮이 없는 어조, 그리고 단아하며 한결 같던 자세...시간 내어 작업실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나섰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해성 2017-11-13 06:00:36
좋은 전시회를 보고 나니 한 층 안목을 높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