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실 갈 때, 올 때 다른 건설사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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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장실 갈 때, 올 때 다른 건설사 사장님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1.09 10: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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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아휴 그 돈을 왜 못 냈겠어요. 없어서 못 냈지, 없어서….”

5개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국토교통부 종합국정감사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 해당 건설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 담합과 관련해 지난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건설사들은 그 대가로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넘은 현재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번 국감에서 그에 대한 질의가 예정돼 있었다.

국감 당일 해가 막 떨어지기 시작한 오후 5시 무렵, 증인으로 채택된 최치훈 삼성물산[028260] 대표, 정수현 현대건설[000720] 대표, 강영국 대림산업[000210] 대표, 임병용 GS건설[006360]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가 국감장으로 들어왔다.

한자리에서 모일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건설사 대표들의 증인 출석은 이번 국감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당초 2000억원을 출연하겠다던 사회공헌기금이 현재까지 47억1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건설사 대표들은 사회공헌재단 구성 당시 건설경기가 좋지 않았고 구체적인 재단 운영계획 등이 없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한 후 기금출연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특히 이날 국감에서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기부는 기업의 개별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기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는 개별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은 듯하다. 2000억원 사회공헌기금 조성은 단순히 연말연시 기부와 같은 개념이 아니라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건설사들이 스스로 자정결의 한 대국민 약속이다.

증인 질의가 끝나갈 무렵, 건설사 대표들은 향후 건설경기 전망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예년보다 삭감된 SOC 예산을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건설사는 국가 정책에 연연하기 보다는 각자만의 기술과 전략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기부가 기업의 개별적인 부분이듯 상황에 맞게 실적을 키우는 일 또한 기업의 개별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상황이 좋지 못해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 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지키지 못 할 약속이었다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한다. 사면 당시와 사면 후 입장이 달라진 것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말이 다른 꼴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기대를 접은 지는 오래다. 다만 대국민 약속을 한낱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한 약속보다 가벼이 여기는 듯한 건설사 대표들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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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 2017-11-09 12:46:02
벌써 똥을

ㅇㅇ 2017-11-09 11:39:07
똥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