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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성현 vs 마쓰야마...문재인 vs 아베
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직후 회사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자리 여의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골프외교 이야기가 한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방한 일정 탓에 한미 정상이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다질 시간을 갖지 못한 게 아쉽다는 말들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방일 당일 도착하자마자 골프 라운딩을 돌았다. 아베 총리가 벙커에서 빠져나오다 넘어지는 모습이 화제가 될 정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라운딩이었다.

황태북어국을 먹으면서 옆자리 대화를 듣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중 한국 골퍼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직장인들이야 자신의 업무를 보느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방송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한국의 골프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 소유의 뉴저지 골프장에서 올해 열린 US오픈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한국 여성골퍼 박성현 씨가 바로 여기서 승리했다. 전세계 10위권에 드는 훌륭한 선수다. 세계 4대 골프선수들이 모두 한국출신이다.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난 7월 열린 제72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대회 현장을 찾아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을 축하했다. 이 대회는 또한 한국 여성골퍼들의 독무대였다. 박성현 외에도 아마추어였던 최혜진이 준우승을 차지했고, 허미정과 유소연이 공동 3위, 이정은이 공동 5위, 김세영과 이미림, 양희영이 공동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연설에서 거론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 분명하다.

박성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골프 라운딩에 일본이 자랑하는 남성프로골퍼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일본 최고선수를 활용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효과를 노린 아베 총리의 작품이었다. 마쓰야마는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라며 아베 총리의 동반 라운딩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성현도 문 대통령이 요청했다면 한미 정상들의 골프 라운딩에 기꺼이 동반했을 듯싶다. 혹자는 ‘트럼프와 골프 치는게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박성현과 한국의 여성골퍼들을 칭찬한 뒤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냐고요”라며 “이곳 서울에서는 63빌딩이나 롯데월드 타워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여러 성장산업에 근로자들의 일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통해 한 나라의 위상을 평가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는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한일 정상의 모습을 비교하는 보도들이 많다. 아베 총리의 성과를 폄하하고, 문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보도도 있지만, 국가 간 외교에는 숨겨진 막후의 이야기들이 많다. 아베 총리가 골프외교로 막후에서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고, 문 대통령이 얻어낸 것이 얼마나 실속이 있는지도 확실히 평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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