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권 강타한 사정 바람아 멈추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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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권 강타한 사정 바람아 멈추어다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7.11.07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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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금융증권부 팀장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사정당국이 금융권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였고 KB금융지주 등은 노조와의 갈등 속에 각종 혐의가 불거지면서 검·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지난 정부 때 선임됐던 금융권 수장들을 솎아내기 위한 신호탄이 오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했다. 잔여임기를 1년 6개월이나 남긴 시점이다. 채용비로 의혹은 서울북부지검이 나서 이 행장의 묵인 여부 등을 파헤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사정은 검경이 동시에 나섰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9월 윤 회장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면서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HR본부장 사무실을 지난 3일 압수수색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LIG손해보험 매각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윤 회장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 윤모 대표를 불러 조사하면서다.

민간 금융사가 검경의 수사,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쑥대밭이 되면서 ‘다음에는 누구 차례’라는 식의 살생부식 추축이 난무하고 있다. 인사비리와 위법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금융권을 향한 먼지털이식 전방위 사정은 적폐청산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민간 은행을 정부의 입맛대로 줄세우겠다는 속셈으로도 읽힌다. “민주주의, 소통 촛불로 타올라 세워진 정부가 이전 정부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외압으로 은행장을 자르고 측근 인사를 앉히고 하는 건 10년 전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의 평가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된 금융권 사정의 끝에는 전문성이나 능력이 떨어지면서도 현재 권력과 가깝다는 인물들이 금융사 수장을 꿰차는 낙하산 인사 투하가 있었다. 이런 5년만기 정관계 입김에 따른 낙하산들로 금융권이 점령된다면 한국 금융산업은 관치금융의 늪에 빠져 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금융이 앞으로 더 못나가는 것은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된 금융권 수장 물갈이와 금융허브, 녹색금융, 기술금융 등 5년도 못 버티는 금융비전 때문이라는 경제학 교수들의 지적을 현 정부는 귀담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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