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한민국 금융사여 한국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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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한민국 금융사여 한국을 떠나라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7.10.26 09: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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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금융증권부 팀장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1992년 12월 11일 부산 대연동 초원복국집에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불러 모았다. 장관에서 물러난 지 2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이날 모임에는 당시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교육청 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모임의 목적은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필승론 찾기다. 이들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공무원을 동원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모의했다. 야당후보가 당선되면 “영도다리에 빠져죽자”며 배수진까지 쳤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쪽에서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해 공개하면서다. 대선 막판 최대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가 이상하게 흘렀다. 망국적 지역감정 부추긴 여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게 아니었다. 누가 불법도청을 했느냐가 문제가 됐다. 야권은 역풍을 맞았고 결국 김영삼 후보가 승리했다.

요즘 은행권 채용 비리 논란을 보면 결과가 또 이상하다. 누가 인사 청탁을 했느냐 보다는 실물 은행들에 비판이 쏠린다.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 현황 및 결과’라는 문건에서 국정원 직원,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은행 주요 고객 등 고위직의 인사청탁으로 16명이 특혜 채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곳곳에선 “시중은행이 직원 평균연봉이 8000만원이 넘는다” “과·차장급은 억대 연봉을 보장받는 신의 직장인데 투명하지 않다” 등 비리의 온상이라는 질타가 쏟아진다.

문제는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은 인사청탁을 누가 했느냐다. 고위직들이 한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여권의 고위인사는 A금융사에 그의 측근 B을 입사시켰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 사실에 입을 닫았다. 술자리에서 “이 바닥은 ‘빽’이 새야 돼”라며 안주거리로만 떠돌았다.

특권의식으로 무장한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 ‘낙하산’을 은행에 투하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잘못도 분명히 있다. 청탁을 당당히 거부하고 투명한 채용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인신을 구속할 수 있고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들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외풍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칼을 쥔 검찰에 비하면 은행은 힘이 없다.

더 근본적으로 관치에 찌든 은행이라 힘이 없다. 본래 돈 장사를 본업으로 하는 게 은행이다. 하지만 정관계 고위직이나 국민들은 은행에게 고도의 공공성과 도덕성을 요구한다. 금융사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기업에 배분해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엔 국민혈세로 100조원 이상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했으니 국민들은 은행의 상업성 추구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은행들이 정관계에 종속된 이유다.

관치금융의 그늘이 있는 한 힘 있는 자에 의한 은행권 채용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과도한 공공성 잣대를 들이대는 한 은행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채용비리가 발생한 은행은 철저하게 진상을 파헤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동시에 은행을 사금고나 민원처리소 정도로 보는 고위직의 행태에도 철퇴를 가해야 한다. 정관계의 외풍에서 은행이 자유롭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금융당국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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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3 2017-10-27 09:35:48
굿3

jclub72 2017-10-27 09:30:18
굿2

가이 2017-10-27 09:13:24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