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용비리 만연한 헬조선, 슬퍼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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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만연한 헬조선, 슬퍼할 이유 없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10.25 13: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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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헬조선’, ‘금수저’.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노력을 한순간 헛되이 만들어버리는 단어들이다.

금감원의 채용비리가 은행권으로 확산되면서 또 다시 두 단어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도서관을 향했던 20대 취준생들과 이를 조용히 바라보며 뒤에서 응원했던 부모들의 가슴에 비수가 돼 꽂혔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 건 취준생들 뿐만은 아니었다. 험난한 경쟁률을 뚫고 자랑스럽게 입사한 직원들의 경우 일명 낙하산과 함께 한 공간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몇 번이고 씁쓸함을 느낀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단순히 입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승진, 부서이동 등에도 계속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 해당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누군가 밤새 맨발로 뛰었다면 누군가는 비행기타고 손쉽게 도착한 셈이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W은행 채용비리 의혹 명단을 보면 더 절망적이다. 채용 명단에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요청 △국기원장 조카 △전 부행장 지인 자녀 △홍보실장 조카 △본부장 처조카 △국정원 자녀 △전 행장 지인 자녀 △대학교 부총장 요청 △중앙병원 이사장 자녀 △모 클럽 회장 자녀 등 정부 관계자는 물론 클럽, 병원, 쇼핑 전무 등 내노라하는 사업가들 이름도 빼곡하다. 돈과 권력이 있는 부모를 등에 업지 않고서는 헬조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거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내 상황을 비관할 필요도, 슬퍼할 이유도 없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자식들이 오죽 능력이 없었으면 부모까지 저렇게 직접 나서 채용청탁을 했을까 싶기 때문이다. 87년생부터 94년생까지 한창 자기 꿈이 있고 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할 나이에 부모 힘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인형처럼 일한다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인생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나잇값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도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는 취준생들과 내 힘으로 오른 자리에서 열심히 묵묵히 일하고 있는 자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정직함과 노력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부모님들에게도 떳떳해지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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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진 2017-12-17 18:29:51
'헬조선' 이라는 말은 박근혜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려고 일본 우익이 만들어 낸 나쁜 말입니다. 사용을 자제하세요.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단어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