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vs 주말…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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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vs 주말…뭣이 중헌디?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10.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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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목불인견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놓고 각지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따른 장단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편의는 그 바람에 온 데 간 데 없다. 이런 상황을 지렛대 삼아 “차라리 의무휴업일을 두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세종시와 이 지역 대형마트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세종지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회 등 업계 요구에 따라 세종시 행정부시장 주재로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다. 협의회에서는 현행 일요일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하는 안건이 상정,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22일간 ‘대형마트 등에 대한 의무휴업일 변경’에 관한 행정예고는 종료됐고, 세종시 측은 큰 이견이 없는 한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넷재 일요일에서 둘째·넷째 수요일로 변경할 방침이다.

이에 대형마트 일부 노동자들과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는 것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빼앗는 일”이라며 지역 전통시장 상인과 마트 직원 등의 의무휴업일 반대의견서를 시청에 접수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으로도 전통시장 매출 증가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제도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 원으로 60만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통시장 방문객 수도 줄었다는 결과가 있다. 비영리법인 ‘이컨슈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광장시장 등 5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휴무일에는 1만9777명이 방문한 반면 영업일에는 2만2118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전통시장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전통시장은 물론 유통업계, 소비자 어느 한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종시처럼 결국 지자체가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규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달 현재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월 2회 휴무일을 모두 평일로 바꾼 지자체만 34곳에 달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의 과실(果實)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 등 소상공인,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은 여전히 매출 하락에 허덕이고 있고 소비자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상생 발전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향에서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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