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학로 가득 메운 친朴 태극기 "편파보도로 朴사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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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학로 가득 메운 친朴 태극기 "편파보도로 朴사태 왜곡"
  • 홍승우 기자
  • 승인 2017.10.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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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태극기 집회 참가행렬, 마로니에공원서 종로로 행진
21일 오후 2시 대한애국당 주축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의 주최로 제20차 태극기 집회가 개최됐다. 사진=홍승우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지난 주말 오후, 평소 같으면 주말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커플들이나 20대 학생들로 붐볐을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8길 1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에는 태극기를 손에 쥔 50~60대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다름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이었다.

21일 대한애국당이 주축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의 주최로 제20차 태극기 집회가 열려 약 3500여명이 참여하고, 마로니에 공원부터 현대국립미술관까지 4.1㎞ 구간을 메웠다.

대학로가 198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장소인 것을 생각해보면 신기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10월 셋째 주 중 최고 기온 25℃로 가장 더웠던 이날, 머리카락이 희끗하신 분들은 도로에 앉아 발표자의 말이 끝날 때 마다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한애국당 주축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의 주최로 제20차 태극기 집회가 열린 21일 최고 기온은 25℃로 10월 셋째주 중 가장 더운 날씨였다. 사진=홍승우 기자

몇몇 어르신들은 그늘이 있는 지하철 입구 앞이나 가로수 아래에서 더위를 피했지만 여전히 시선은 발표하는 이에게 향해 있었다.

이날 서명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은 부당하게 탄핵을 당한 것도 모자라 살인적 정치보복과 정신적 인신 감금을 당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투쟁 선언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린 것은 패륜”이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이 끝날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발언의 마지막 말을 구호처럼 외쳤다.

이에 본 기자는 일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집회 참여 이유와 견해를 들어봤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한다는 한 60대 대한애국당 당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말도 안된다”며 “(현재) 정권이 실행하고 있는 정책이 국민으로 하여금 불안과 혼란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태극기 집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언론의 편파보도’를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에 대한 진정한 모습, 의미에 대해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며 “(언론 편파 보도로 인해) 집회에서 보이는 플랜카드만 보고는 일반 국민들이 알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당원은 “기존에는 40대부터 70대, 그 이상까지 집회에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20~30대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대한애국당 주축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의 주최로 개최된 제20차 태극기 집회 모습. 사진=홍승우 기자

또 다른 집회 참가자 역시 ‘언론 편파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했다.

부인과 5~6세 정도로 보이는 두 명의 자식을 데리고 집회에 참여한 40대 가장은 “(언론 및 정부가) 일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TV를 보고 있다가 (일방적인 상황이) 의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나라”라며 “일방적인 나라보다는 균형적인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후 가족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군중 속으로 합류했다.

본 기자는 자리를 옮겨 주요 데이트 코스인 소극장 주변에 위치했다. 대로 옆 소극장은 집회로 인해 다소 소음이 있었지만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20대 대학생 커플에게 지금 하고 있는 집회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어 집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또 친구들과 연극을 보러 왔다는 한 30대 여성은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는 게 법치국가 아니냐”며 “죄가 없다거나 석방을 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캐나다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이 태극기 집회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 본 기자가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어보자 “(친구에게) 집회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태극기와 관련된 축제라고 오해했다”며 “(집회 분위기가) 생각보다 침착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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