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40년 만에 '비밀 지하공간'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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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40년 만에 '비밀 지하공간' 문 열었다
  • 김천규 기자
  • 승인 2017.10.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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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경희궁 방공호·신설동 유령역 등 3곳 시민개방
경희궁 방공호 입구 전경.<서울시 제공>

[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서울시가 40여 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비밀 지하공간을 시민들에 개방한다고 19일 밝혔다.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3곳이다.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지난 1970년대 만들어져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냉전시대 산물이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정밀점검, 안전조치, 2015년 한시적 개방, 시민‧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40여 년만에 전시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침략으로 인해 암울했던 당시 상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로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 역사가 됐다.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지만 70년대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엑소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 같은 촬영 장소로 일부 활용됐던 곳. 시민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다만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우선 주말에 한시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2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시간대별로 20명에 개방하고, 내년 중장기 활용방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역사갤러리.<서울시 제공>

시 관계자는 "과거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에 잊혀져 지금까지 방치됐던 지하공간 3곳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에 개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연면적 871㎡ 규모의 공간을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했다. 특히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있는데 소파는 원형과 비슷하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변기 등은 그대로 둔 상태다. 내부는 예술품 설치와 전시 등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시는 이 곳을 2015년 10월 시민에 첫 공개 후 사전예약제로 임시 개방한 바 있다. 이후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63%가 전시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새 단장을 진행해왔다.

개관식은 19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설 운영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맡고, 명칭도 'SeMA벙커'(Seoul Museum of Art)로 바뀐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개관 기획 전시전으로 '역사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린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화 과정을 강예린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장면으로 구성했다.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시 발견했다. 1970년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이 곳이 왜 만들었는지는 소관부처나 관련 자료마져도 기록이 전무한 상태다.

경희궁 방공호 내부 전시 체험공간.<서울시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구석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그 위로는 수풀이 우거져있고, 오랫동안 출입하지 않은 철문이 하나 있다. 경희궁 방공호다.

전체 면적 1378㎡(1층 1120㎡, 2층 258㎡)규모로 (내부 폭 9.16m, 연장 104.2m, 높이 5.6~5.8m) 10여개의 작은 방이 있고, 폭격에도 견딜 수 있는 성토 높이가 8.5m, 외벽은 약 3m 두께다. 지하 직선거리는 약100m에 이른다.

시는 식민지 말기 암울했던 당시 상황과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을 설치했다. 방공호 1층 천장에 3D로 재현된 폭격기 영상과 서치라이트를 이용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2만여 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으로 실시간 포토 모자이크 미디어아트를 재현했다. 2층 계단엔 방공호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시는 지난 2014년 11월 전기‧통신시설 개선과 전시‧체험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정비를 마친 후 그동안 이곳을 중‧고교 학생들이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있는 공간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

신설동 유령역 내부.<서울시 제공>

성수역에서 갈라져 나온 2호선 전동차가 도착하는 승강장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과 승강기 사이 좁은 공간의 보라색 철문을 통해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43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일명 신설동 유령역이 있다. 승강장에는 노란색 안전선이 희미하게 보이고, '11-3 신설동'이란 낡은 표지판 하나가 벽에 붙어 있을 뿐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역은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일부가 될 신설동역을 동시 건설(1972.9∼1974.8)했으나 노선이 변경(왕십리∼청구∼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되면서 기능이 상실된 곳. 군자차량기지 완공 시점인 1977년 8월까지 차량 정비작업장으로 활용하다 지금은 1호선 동묘역 행 종료 후 군자차량기지 입고 열차가 통과하는 선로로 활용 중이다.

두 곳의 사전예약은 19일부터 11월 22일까지 하면 된다. 경희궁 방공호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useum.seoul.kr), 신설동 유령역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safe.seoul.go.kr)에서 신청 가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이며,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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