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적폐’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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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적폐’ 국감
  • 송병형
  • 승인 2017.10.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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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국감위원들이) 국감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요. 아예 (시늉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국감을 시작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에요.”

국정감사 나흘째인 17일 국회에서 만난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대화 첫 머리부터 국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모니터단이 국감 감시에 나선지 20년 가까이 됐다. 그 역사의 산증인인 홍 위원장의 말이라 흘려들을 수 없었다. ‘아직 국감 초반인데 좀 더 두고 보셔야죠’라고 했더니, 이번 국감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증거들을 줄줄이 보여준다.

홍 위원장이 제시하는 자료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올 국감은 지난해 국감과 기간은 동일하다. 그런데 쉬는 날과 현장시찰은 늘었다. 제대로 된 시찰도 아니다. 준비도 없이 가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시찰이다. 그렇다면 피감기관이라도 줄여야 제대로 된 국감이 가능하다. 하지만 되레 피감기관은 10곳이 더 늘어 701곳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이러니 애초 대충하기로 작정하고 국감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일부 상임위는 이틀 연속 온종일 현장시찰만 한다. 그런데도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았다. 어떤 상임위는 같은날 자료정리와 현장시찰을 함께한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 또 어떤 상임위는 현장시찰 계획을 '미정'으로 두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현장시찰을 일정에 포함시켰다는 이야기다. 홍 위원장은 "일하지 않으면서도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했다.

위원들이 시찰보고서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들이 어떤 마음자세로 현장시찰을 하는지, 피감기관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알법하다. 홍 위원장은 “피감기관들도 현장에서 이벤트성으로 준비할 뿐”이라고 했다.

현장이 아닌 국감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만 수십 명의 피감기관장을 불러 국감장에 세운다. 제대로 된 질의와 답변이 나온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홍 위원장은 "심한 경우 기관장들 인사말만 듣다가 하루 국감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일단 피감기관을 불러다놓고 보자는 식의 국감으로 인해 피감기관의 업무가 마비된다는 비판이 나온지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국감장 풍경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이번 국감에 임하면서 야당은 ‘무능정부 심판’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감 때마다 늘 나오는 말이다. 야당의 역할이 정부의 과오를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목적이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한편 집권여당은 전 정권의 ‘적폐청산’을 내걸었다. 역시 실천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말’에 그치고 있다. 홍 위원장은 “국감장의 여당 의원들이 실제 어떤 적폐를 청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모니터단은 1000명의 자원봉사자를 통해 국감장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감시하고 있다. 2000여개의 눈동자들이 지켜봐도 적폐청산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적폐청산은커녕 지난해 국감에서 자신들이 지적한 문제를 피감기관이 어떻게 시정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수년째 위원들은 똑같은 지적을 하고, 피감기관은 똑같은 회피식 답변을 한다. 이 정도면 국감 자체가 적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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