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색 맞추기 은행권 CEO 선임 과정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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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색 맞추기 은행권 CEO 선임 과정 반성해야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9.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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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최근 일부 은행들의 CEO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것이 국내 굵직한 금융 회사의 차기 회장을 뽑는 절차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우선, KB금융지주의 경우 차기 회장의 선임 문제를 놓고 이달 한 달간 신경전을 보였다. 노조와 지난 3일 KB금융지주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를 개최해 회장 인선 돌입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확대위는 차기 회장 추천 후보자군으로 23명이 이름에 올렸다며 숫자만 공개했을 뿐 누가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8일 확대위는 내부 후보자 4인, 외부 후보자 3인으로 23명의 후보자에서 7명으로 압축 작업을 진행했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여전히 노조 측의 후보자 공개 요구에도 끝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14일 오전, 확대위는 이례적으로 언론에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자군 선정을 진행하겠다’고 발표, 차기 회장 후보로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는 내용을 밝혔다.

확대위는 윤 회장 외에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인을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했지만, 김 사장과 양 사장은 회장 후보 심층평가를 고사해 결국 윤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해 확대위가 관심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후보군으로 올리고 구색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정대로 오늘(26일)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을 뽑는 마지막 면접이 진행되지만, 최종 면접에 오른 이는 윤 회장 한 명이다.  

얼마 전 차기 은행장을 선임한 한국씨티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시티은행은 지난 22일 임추위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에 나섰지만, 후보에는 박진회 현 은행장만 단독으로 올라와 박 은행장을 위한 임추위 구성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하영구 현 전국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말 만료되면서 은행연합회도 차기 회장 선임에 곧 돌입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은행연합회는 협회 중 유일하게 회추위 없이 차기 회장 추대가 이뤄져 ‘낙하산 인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 회장이 얼마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기 회장 선출, 투명성을 높인다’고 밝힌 것처럼 은행연합회가 먼저 나서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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