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개 드는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 정부, 신중해야
상태바
[기자수첩] 고개 드는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 정부, 신중해야
  • 변효선 기자
  • 승인 2017.09.25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 메스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추측되고 있는 유력한 인상 방법은 ‘경부하 요금제’ 개편이다. 산업계에 적용되는 경부하 요금제란 전기 사용량이 적은 주말과 심야시간에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경부하 요금의 할인율을 줄이거나, 심야 혹은 주말 시간의경부하 요금 적용을 폐지한다면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경부하 요금의 할인율을 10%에서 90%까지 축소했을 때 추가로 내야 할 전기요금은 전년 요금 대비 최소 4962억원에서 4조466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주말 최대부하시간에 적용되는 경부하 요금제를 폐지 시에는 지난해 요금보다 4532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4시간 생산 설비를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대규모 장치산업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종 특성 상 이들의 전력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업종별 전력소비 비중은 △반도체(16.7%) △철강(16.4%) △화학(13.6%) △자동차(6.4%) 순이다.

문제는 이들 업종이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8월만 해도 한국의 전체 수출액 471억달러 중 87억6000만달러는 반도체 업종에서 벌어들인 금액이었다. 이들 업종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에도 오해가 있다. 산업계는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전력을 사들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전력판매액/전력판매 원가)은 109%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은 95%로 나타났다. 원가회수율은 100%를 기준으로 이상이면 전기를 원가보다 비싸게 팔았음을, 이하면 원가보다 싸게 판매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2000년 이후 15번의 요금 인상으로 전체 전기요금이 평균 49.5% 오른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84.2%가 인상됐다. 반면 주택용은 15.3%, 일반용의 경우 23%에 그쳤다.

경부하 요금제에 손을 댈 경우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전기요금 최대 5조원. 한국의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업종들의 경쟁력 약화가 불 보듯 뻔 함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에 칼을 꼭 대야하는 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