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의무휴업’ 확대…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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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무휴업’ 확대…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7.09.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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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경제사회부국장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의무휴업제’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으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만 28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등으로 확대하고 의무휴일도 월 2회에서 월 4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정은 이런 내용들을 종합한 유통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앞서 일요일 의무휴업을 시행한 대형마트에서조차 ‘의무휴업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확대는 시대를 역행하는 조처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중소자영업자들까지 이런 당정의 움직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5년 전 마트 의무휴일제를 관철시킨 한국자영업자총연대조차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재검토를 제안하고 나섰다. 한국자영업자총연대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 소상공인연합회,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연맹 등 300여 중소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연합체다.
자영업자총연대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시행 이후 규제에 따른 실효성은 미미하고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대형마트 규제 효과보다는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 가중돼 입장을 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유일 의무휴업을 오히려 평일 의무휴업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무휴업제의 수혜자로 알려진 중소자영업자들이 의무휴업제 강화 및 확대에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산하 한 연구소는 매달 일요일 2차례 휴무를 시행할 경우 연간 일자리 7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일요일보다 매출이 적은 월요일에 두 번 휴무할 경우엔 35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요일 의무휴업 대상이 대형 아웃렛과 백화점을 넘어 이케아나 롯데하이마트 같은 전문점 등 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로 확대될 경우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추정치는 한국은행의 산업별 취업 유발 계수와 전국 24개 주요 복합쇼핑몰의 근무 인력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로, 유통업체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유통학회는 최근 일요일 의무휴업을 한 대형마트 주변의 신용카드 사용을 분석해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도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전체 소비 위축과 상권 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국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접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각종 규제책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은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고 있다. 어떤 제도든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다. 서두르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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