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에 “잔업 중단 및 특근 최소화”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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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에 “잔업 중단 및 특근 최소화” 통보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7.09.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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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패소 후폭풍…수익성 악화 우려돼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기아자동차[000270]는 오는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아차 측이 공식적으론 ‘근로자 건강’, ‘장시간 근로 해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로 인한 생산량 조정’ 등이 이유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지난달 31일 기아차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심 선고의 영향이 근무 체계 변경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했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나면서 사측으로선 부담을 그나마 줄이려면 아예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 자체를 축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2013년에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뒤 올해부터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왔다.

기아차 측은 오는 25일부로 잔업이 없어지고 특근도 줄면 심야 근로 축소 등으로 근로자 건강과 삶의 질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없어지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모두 30분이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은 광주공장 기준으로 1조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2조 오후 3시50분부터 오전 12시30분까지로 바뀐다. 기존엔 1조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및 2조 오후 3시50분부터 오전 12시 50분까지였다.

기아차는 이번 근무체계 변화가 정부 정책에도 부응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부진에 따른 기아차의 재고 증가도 잔업 중단 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 지난 3월 이후 시작된 사드 여파와 치열한 경쟁 등이 겹쳐 재고가 늘었고 재고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하향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기아차의 올 7월까지 중국 누적판매(17만2674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었다. 미국 시장까지 판매 감소, 수익성 하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력 등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전체로 현재 연 900만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올해 글로벌 판매가 700만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만대 이상의 과잉 생산 여력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기아차 잔업·특근 축소가 이런 생산 라인 구조조정의 시작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의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라 장부상 약 1조원에 이르는 손실 충당금을 쌓으면 기아차는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 이후 잔업, 특근까지 하면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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