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 보조금에 울고 웃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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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법 보조금에 울고 웃는 소비자들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7.09.2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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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OOO폰 OO욕 부O OO만원에 했어요”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곤 한다.

몇몇 게시물들에는 ‘싸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작성자에게 ‘좌표(구매처)’를 묻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직업상 이통시장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지 않냐는 이유로, 기자의 주변에서도 ‘휴대폰 싸게 사는 법 좀 알려줘’ 혹은 ‘지금 사면 손해지?’라는 식의 질문을 건네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또, 언젠가 한 번은 ”OO원에 판다고 해서 갔는데 이미 늦었더라”며 허탕을 치고 돌아와 푸념하는 지인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데 있어 소비자간 차별을 없애겠다며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현상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판매점에 스팟성 불법보조금을 살포하고, 판매점은 비교적 저렴하게 단말기를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고가요금제 일정 기간 유지, 부가서비스 등의 조건을 제시한다.

단속을 피해 일반 매장을 벗어나 오피스텔 등에서 불법 스마트폰 영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어떤 소비자는 ‘싸게 샀네’라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같은 제품을 정가로 구매하는 이들도 다수다. 결국 ‘더 좋은’ 정보를 ‘제 때’ 입수한 소비자가 승리하는 셈이다.

이번 정부 역시 ‘통신비 인하’를 주요 키워드로 잡고 목표 실현에 몰입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논란 끝에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인상됐고, 최근에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

현재 시기상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유통시장에서 또 한 번 스마트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대란에 합류해 기분 좋은 소비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기자 역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구매자 입장에선 제품을 싸게 사면 좋은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시장을 위해서는 불법보조금과 같은 문제들이 왜 안 고쳐지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적인 큰 그림만 그리고 있는 정부와, 이윤 추구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서로 다투기 바쁜 이통사 간의 신경전은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단통법 도입 이후에도 뚜렷한 개선점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온 이통시장에 새로운 방식의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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