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육영수, 이희호, 권양숙…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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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육영수, 이희호, 권양숙…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0.11.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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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쓴소리부터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까지 ‘내조 여왕’ 누구?

[매일일보] 영부인은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특별한 조언자이다. 역대 영부인들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내조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내조’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내조활동은 적극적이다. 김 여사는 11월 초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내조 외교에 주력했다.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김 여사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동안 오·만찬 메뉴를 직접 골랐다. 오·만찬 준비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몇 차례 시식을 거쳐 메뉴를 선정했다.

김 여사는 각국 정상 부인들과의 오찬 장소로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을 직접 선택했다. 한옥의 운치 속에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와룡동의 조선시대 궁궐인 창덕궁 후원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를 기획하기도 했다.

▲ 1967년 7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고 이승만 대통령 미망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접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부기록사진집)

▲ 2009년 1월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서울 동대문구의 한 다문화가족을 찾아 일본과 베트남 등에서 결혼을 위해 이민 온 외국인 가정주부들과 음식을 만들며 격려행사를 가졌다.(국가기록사진)
김 여사는 작년 6월에는 홍콩의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아시아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알렸다. 녹색성장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운영 핵심 기조이다.

김 여사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낙천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는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편이라 ‘미세스 쓴소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1963~1979 재임)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이 롤 모델로 삼았을 정도이다. 육 여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하는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청와대 내 제1야당’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육 여사는 화법, 화장법, 옷차림 등 영부인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관심을 쏟았으며 최초로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을 공식화했다. 비서실의 주요 업무는 민원 처리였는데 육 여사는 민의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자신 앞으로 온 편지는 모두 직접 읽고 답장을 하는 등 민원처리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1980~1988 재임)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육 여사를 역할 모델로 삼아 본받으려 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 전두환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새세대 육영회 회장. 1987년 4월 (국가기록사진)
이순자 여사는 교육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의 발전에 공헌했지만 화려한 의상과 거만한 듯한 인상에다가 친인척 비리 등에 연루되는 바람에 세간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연희동 빨간 바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노태우(1988~1993 재임)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외부 노출을 꺼렸던 ‘은둔형’이다. 사교에 능하고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이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 관련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재임 중 단 한 건의 인터뷰도 하지 않아 ‘그림자 내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1993~1998 재임)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청와대에서 생활했던 5년 동안 청와대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등의 활동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대중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1998~2003 재임)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민주화 투쟁 ‘동지’로서의 퍼스트레이디이다. 이 여사는 수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뿐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결식아동을 돕는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발족하는 등 역대 어느 퍼스트레이디보다도 소외 계층의 복지 등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3~2008 재임)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조용한 청와대’ 만들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권 여사는 대통령 임기 후반기부터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명예위원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힌 것으로 전해진다.

권 여사는 노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쓴소리’를 자원한 몇 안 되는 청와대 인사들 중 한 명이었다. 권 여사는 여성 의원이나 초선 의원들을 집무실이나 관저에서 만나 시중 여론을 들어듣기도 했다.

▲ 2007년 10월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남포시 서해갑문 옥상에 있는 전망대를 시찰하고 방명록에도 서명하고 있다. (국가기록사진)
이 외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1948~1960 재임)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은둔형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일체의 정보를 차단했으며, 결과적으로 제1공화국 장기독재와 부패정권을 이끌었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1960~1962 재임)의 부인 공덕귀 여사는 시대 상황 탓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전략적 후퇴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신학자이자 일본 유학을 다녀온 교수 출신이었지만 정치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규하 전 대통령(1979~1980.08)의 부인 홍기 여사는 8개월간의 짧은 영부인 시절을 보냈다.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전통적 한국여인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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