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수학교와 집값, 상관관계 없다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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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수학교와 집값, 상관관계 없다는데도….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09.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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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부 김보배 기자.

[매일일보]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때리면 맞겠다. 아이들 학교만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면서.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이날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그들에게는 ‘장애인에게 학교가 뭐가 필요하냐’는 등의 조롱만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신(新)님비현상 중에는 대표적으로 특수학교 설립문제가 자리한다.

특수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는 곳은 비단 강서구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주민반대에 부딪혀 설립계획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장애학생들은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를 찾아 장거리 등하교를 하거나 일반학교에 다니며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집값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가 존재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교육부가 올해 초 전국 167곳의 특수학교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특수학교와 집값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학교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특수학교 인근 지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강남구 일원동 삼성의료원 앞에 있는 밀알학교로, 1997년 설립될 당시 인근 ‘샘터마을아파트’의 개별공시지가는 1㎡당 220만원이다. 이곳의 올해 개별공시지가는 1㎡당 949만원으로 20년간 무려 331.4% 올라 연평균 16.6% 상승했다.

밀알학교도 설립 당시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설립이후 집값 하락은 없었고, 현재 주민들이 밀알학교에서 운영하는 까페나 미술관 등을 이용할 정도로 지역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정애학교 인근 표준공시지가도 개교 당시인 2000년 1㎡당 145만원에서 현재 583만원으로 302.1% 올라 매년 17.7%의 상승세를 보였다.

특수학교 설립이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나와 내 아이가 장애인이 아니라고 특수학교에 대한 혐오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공감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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