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이 창조적 경제성장과 파괴 견인해야
상태바
[데스크칼럼] 금융이 창조적 경제성장과 파괴 견인해야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7.09.19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규 금융팀장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전 세계 205개 국가 중 87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민 10명 가운데 3명만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우간다(81위)와 성인 10만명 당 현금자동인출기(ATM)가 고작 4대에 불과한 르완다(28위)보다 낮은 순위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99위)과 대출의 용이성(119위) 항목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금융 시장이 이처럼 후진적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설문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우리 금융에 대한 기업인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금융 발전에 대핸 객관적 지표를 살펴보면 규모와 접근성, 효율성, 안정성 부문에서 모두 선진국 평균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주수입원인 예대마진은 1.7%에 불과해 선진국 평균인 4.5%보다 크게 낮고, 인구 10만명 당 46개의 ATM 개수를 보유한 전 세계 평균보다 무려 6배가 넘는 285개의 ATM을 보유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와 함께 GDP대비 민간부문 신용대출 규모도 선진국 평균(94.3%)보다 높은 137.7%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규모는 2000년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더디게 진행된 나머지 금융기관이 경제 내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했다. 그것이 기업인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만을 가져왔다.

금융 시스템 발전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효율적인 투자와 시장 경쟁을 통한 기업 혁신이 저해된다. 또한 너무 적고 너무 큰 제조업 기업들과 너무 많고 너무 작은 서비스업 기업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시장에서 사장돼야 할 기업이 살아남고, 역으로 성장해야 하는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시장의 실패를 초래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초기에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정부까지 나서서 부도를 막으려했다.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 하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기업은 나와서는 안 된다. 반대로 코웨이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정상화로 돌려놓기도 했다.

또한 지나친 규제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불법으로 인식되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행위도 자산 5조 이하의 기업이 하면 합법이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입을 하려해도 눈에 보이는 규제가 너무 많아 그 단계에서만 머물려하는 타성에 젖어 있다. 이러다보니 대기업은 더 이상 늘어날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시장에 더욱 개입해 정리가 돼야 할 기업은 빠르게 정리를 하고, 성장할 수 있는 우량기업은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 즉 창조적인 성장과 파괴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생산·포용적 금융’을 표방했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이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융시스템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실천되길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