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수저만 얹을 수 있는 밥상
상태바
[기자수첩] 금수저만 얹을 수 있는 밥상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17 13: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최신식 견본주택을 자주 보면 눈이 높아져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지 않냐고. 

하지만 정작 날 더 씁쓸하게 하는 건 정부가 사방팔방 막아놓은 규제에 비웃기라도 하듯 장사진을 이룬 견본주택을 지켜보는 것이다.

강남 대치동 한복판에 똬리를 튼 뱀처럼 꼬불꼬불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여름을 무색하게 하는 따가운 가을햇살도 아랑곳 않고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놀이기구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인기 연예인 팬미팅에 온 것도 아니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견본주택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의 관심도 뜨거웠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강남에서 처음으로 분양하는 단지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올해 수도권 최고 청약 경쟁률인 평균 168대1을 기록했다.

이렇게 뜨거웠던 인기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수한 입지, 인기 좋은 브랜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3.3㎡당 평균 4250만원의 분양가.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정식 도입되진 않았지만 이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요구로 당초 예상보다 3.3㎡당 400만원~500만원 낮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분양가상한제의 의도는 좋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강남 아파트 분양가에 브레이크를 걸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니.

그러나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경우를 돌이켜보면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됐던 아파트들이 입주 후 주변 아파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크게는 7억원 가까이 집값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강남 청약시장이 ‘금수저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투기 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다. 또 9억원 이상이라 중도금 집단대출도 불가하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최소 현금 7억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분양 전부터 자기 이름으로 된 집만 없는 강남 금수저들을 위한 청약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물론 양도세 등 여러 규제와 집값 변동 가능성 등이 있지만 큰 시세차익을 건 한판의 도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값이 예상처럼 오르지 않으면 자연스레 차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이뤄내는지가 결국 핵심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그런데 왠지 좀 불안하다. 8·2 부동산대책 직후 5주 연속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바닥을 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물가상승률과 부합하는 집값 상승 정도를 바랄 뿐인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데레 2017-09-19 15:37:46
강남청약 시장에 ‘금수저들만의 리그'는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