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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회장 거취 ‘빨간불’…발목 잡는 ‘노사갈등’KB금융 노조, 윤종규 회장 연임 두고 ‘갈등 격화’
DGB금융 노조, 박인규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사퇴 요구
BNK금융 노조, 외부출신 김지완 회장 내정 소식 총파업 예고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윤종규 회장 연임찬반 설문조작 규탄 및 후보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솔이 기자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금융권이 회장 거취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에 휩싸였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회장 선출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강하게 외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박인규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두고 노조가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회장 내정자가 단지 ‘외부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조가 자진사퇴를 주장해 사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노협)는 지난 12일 오전 KB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관련 ‘긴급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KB노협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계열사를 포함해 총 1만6101명에게 문자를 발송, 1만1105개의 응답결과를 집계했다. 그 중 총 6823명은 이른바 ‘유효샘플’로 볼 수 있지만, 나머지 4282명이 중복응답자 수로 확인됐다는 게 KB노협 측의 설명이다.

즉, 지난 5일 설문 문자 발송 이후 설문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일정한 추세를 보였던 설문 답변이 마감을 앞둔 6일 오후 3시부터 17개 IP에서 4000여개 이상 급속도로 이뤄져 사측 개입이 의심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KB노협은 “해당 IP에서 이뤄진 설문조사는 일반인이 알기 쉽지 않은 ‘쿠키 삭제’ 후 재 설문과정을 거쳐야 하는 방법으로, 설문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 없이는 몇 백 건씩 동일한 결과값으로 설문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조작은 윤 회장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윤 회장 연임 설문 조작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검찰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은 찬반투표에 회사 측의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사측 개입은 없었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해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 된다면 중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DGB금융그룹의 경우 박인규 회장이 ‘상품권 깡’을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DGB금융 안팎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노조 측은 박 회장에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사외이사들도 사태 진위여부를 묻고 나섰다. 

특히 지난 11일 박 회장을 포함한 DGB금융과 대구은행의 사내이사들은 앞서 8일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의 사외이사의 요구로 ‘상품권깡’, ‘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외이사들 앞에 박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지난달 중순 DGB금융의 비자금조성 의혹이 알려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박 회장은 사외이사들에게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박 회장과 현직 임원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지고 난 이후 DGB금융이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은 만큼 당장 사퇴하지 않고서는 수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을 지낸 김 전 부회장의 내정 소식에 BNK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노조가 총파업 예고하는 듯 강경 투쟁에 나섰다. 노조 측은 김 내정자가 신임 회장 연령 제한인 만 70세를 넘는 데다 부산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BNK금융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은행권의 노조 움직임에 노조의 요구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임금 인상 등 근로 조건을 넘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최고경영자 선임이나 임직원 인사권 등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노조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경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과연 이것이 노조가 바라는 회사를 위한 길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27@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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