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發 후분양제 확산…중견사는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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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發 후분양제 확산…중견사는 ‘눈치보기’
  • 김보배 기자
  • 승인 2017.09.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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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사업지서 현대·대우·GS건설 등 대형사 후분양제 제안
중소건설사, 리스크 발발 시 타격 불가피…진입장벽 양산 우려도
대우건설이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하며 높은 관심을 받은 ‘신반포 15차’ 재건축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제공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지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후분양제에 대한 장단점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후분양제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수요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12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지난 9일 열린 ‘신반포 15차’ 재건축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총 180표 중 103표를 획득하며 롯데건설을 제치고 최종 사업권을 획득했다.

대우건설은 이주·철거 8개월, 공사기간 39개월(착공일 기준), 입주 2022년 1월을 기본계획으로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 ‘써밋’ 브랜드 사용과 각종 특화설계 적용,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하며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은 GS건설[006360]과 현대건설[000720]도 후분양제 실시 가능성을 내비치며 조합원 사로잡기에 나섰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평균 80% 이상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기 전에 입주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그 돈으로 집을 짓는 선분양제와 분양 시점이 다른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착공부터 분양 시점까지 오른 주택가격 상승분이나 이자비용, 공사비 비롯한 물가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선분양제 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골든타임 분양으로도 불린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선분양제가 분양권 투기·불법전매,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후분양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집을 구입하면서 완성품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입주 후 부실시공 등의 피해를 입는 사례도 선분양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취지의 후분양제는 반대로 건설사들에게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을 80% 가량 진행할 때까지 거의 모든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더욱이 자금력이 대형 건설사보다 약한 중소 건설사들은 사업 참여조차 어려울 수 있어 ‘진입장벽’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금융조달 문제를 해결할 만한 시스템을 만들어주거나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주지 않는 이상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은 분양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후분양제 시행 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고 분양가가 오르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금과 잔금을 장기에 분할 납부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높아진 분양가를 단기에 내야 하는 점에서 일반 수요자 접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과 윤영일 의원이 후분양제 관련법안을 각각 발의해 계류 중이다. 두 의원 모두 전체 공정의 80%가 지났을 때 분양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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