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100일…수신 환경 미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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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본방송 100일…수신 환경 미비 여전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7.09.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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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UHD 시대 개막 불구 불편한 시청 환경 탓에 시청자는 여전히 적어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초고화질(UHD) 방송 시대가 열린 지 100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실제 UHD 방송 시청자 수는 여전히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형 UHD TV 판매량이 높지 않고, 구형 제품 구매자라면 컨버터 등의 추가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KBS, SBS, MBC 등 지상파3사는 지난 5월 31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UHD 본방송을 시작했다. UHD는 풀HD 보다 화질이 4배 높은 차세대 방송 서비스로, 정부는 서비스 지역을 점차 늘려 오는 2021년까지 전국 단위 도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UHD 방송 시대가 열렸음에도 이를 보고 있는 가구 수는 본방송 초기 대비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16 방송 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방송 시청 가구의 2.5%만이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실제 UHD 방송 시청가구 추정치는 약 1만4000가구로, 그동안 국내에서 팔린 UHD TV가 약 10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1%의 사용자만이 UHD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지상파 UHD를 볼 수 있는 TV 보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방송 수신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뚜렷한 개선점은 없는 상황이다.

시청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지상파 UHD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가 번거롭다는 게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먼저, UHD TV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2017년 이전 생산된 제품이거나, 해외 직구를 통해 TV를 구매한 소비자는 국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방송표준(ATSC 3.0)을 채택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들은 유럽식(DVB-T2)이기에 관련 규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UHD 방송 수신을 위해서는 ATSC 3.0 방식의 TV를 새로 구매하거나, 6만9000원 상당의 별도 컨버터 등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컨버터를 구비해놓은 매장 수가 적고 설치하는데 있어 기간도 소요돼, 소비자로서는 불편이 큰 상황이다. 최신형 UHD TV 판매량도 지난달 기준 약 4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UHD 방송 관련 직수신율을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연단위로 조사해나갈 계획”이라며 “지상파 UHD 수신환경 개선 TF를 운영하며 안테나 내장화 등 정책적인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신율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꼽히는 ‘UHD 방송 재송신’에 대한 지상파 방송 업계와 유료 방송 간의 입장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UHD 방송에 나섰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답보상태”라며 “이를 지원하는 TV가 적을 뿐 아니라, 직수신을 못하는 TV라면 추가 기기도 구매해야하는데 어떤 소비자가 좋아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UHD 방송 제작에는 기존 방송 대비 큰돈이 들어갈 텐데, 2~3%에 불과한 시청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그 비용을 감수하기 힘들 테고, 결국 유료방송을 통해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며 “ 그렇게 되면 유료방송에 적지 않은 콘텐츠 이용대가를 요구할 것이 분명한만큼, 조만간 이런 부분들에 있어 업계 간 마찰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TV 교체 주기가 상당히 길뿐더러, 이제 막 UHD 방송을 시작했을 뿐”이라며 “UHD 직수신은 시청자들에게 비용 부담 없이도 질 좋은 방송을 제공하기 위함으로, 재송신을 하게 되면 경로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시청자들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다툼에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지상파들이 플랫폼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상파가 자립할 수 있는지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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