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DJ, 11월엔 노무현…전직 대통령 묘역훼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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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엔 DJ, 11월엔 노무현…전직 대통령 묘역훼손 충격
  • 한승진 기자
  • 승인 2010.11.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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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잠들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들
[매일일보] 전직 대통령의 묘역이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14일 오후 1시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60대 남성이 갖고 온 인분을 뿌려 묘역 일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곧바로 참배객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들여 김해 서부경찰서에서 범행 동기 등을 추궁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 묘역에 대한 훼손은 이번이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앞서 올해 2월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봉분 위쪽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묘역 일부가 불에 탄 것을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이계안 후보가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종료한 상태다.

전직 대통령 묘역에 대한 잇단 훼손은 '좌파 정권 10년'에 대한 우익세력의 증오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4일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훼손한 남성은 묘역을 경비하고 있던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친북 좌파 세력의 생성을 도와 국가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주변 참배객들에게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묘역 화재 당시에도 현충원 안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비방하는 보수단체 명의의 유인물 16장이 발견됐다.

망자의 거처를 훼손하는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아무리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하더라도 고인의 삶을 존중하는 우리나라 전통 정서상 용인되기 힘든 짓이라는 것이다.

봉하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경찰의 조사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단체인 참여연대의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은 "민주주의, 인권, 남북화해를 위해 힘 섰던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증오가 인륜을 거스르는 행위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 안 국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극우단체들의 이같은 행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주동식 홍보위원장 역시 이번 사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주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싫어할 순 있지만 이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의사를 표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위원장은 "G20 회의를 개최하는 등 세계적인 중심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민의식도 높아져야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이같은 방식은 국민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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