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고 끝 악수’ 박성진 후보자 논란…‘묘수’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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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고 끝 악수’ 박성진 후보자 논란…‘묘수’도 안 보인다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08.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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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가 결국 ‘정면 돌파’를 택했다. 박 후보자는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까지 국가에 공헌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조각 배’가 거대한 파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정권 출범 후 장장 107일 만인 지난 24일 청와대가 초대 중기부 장관에 박 후보자를 내정하며 조각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박 후보자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후보자 청문회 준비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초대 장관 후보자 내정에 어느 정도 기대를 표했던 관련 업계는 예상을 빗나간 정부의 판단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교과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등 창조과학 신봉자라는 점이 시발점이 됐다.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뒤 한국창조과학회에서 탈퇴하고 종교적 신념은 개인적인 문제라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는 등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이념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정기 세미나에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한 사실도 알려졌고, 여기에 자녀 3명 가운데 2명이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 국적자이고 부인은 아파트 분양권으로 다운계약서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최소 2개월 전부터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구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태로 청와대의 부실 검증 논란으로 번지면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등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뒀다. 청와대는 최근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퇴, 살충제 계란 파동 과정에서 나타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부적절한 대응 등 잇단 인사 실패로 홍역도 치르고 있어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이 모두를 잠재웠어야 할 문 정부의 ‘승부수’가 사실상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측은 일단 여론 추이를 보며 청문 절차를 준비한다는 예정이지만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확실하게 해명하지 못하면 또다시 자신이 둔 수에 갇히게 될 뿐이다. 문 정부의 첫 ‘세기의 청문회’로 이목을 끌게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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