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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조원대 국책사업을 제비뽑기했다니…
건설부동산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이달 초 사상 최대 규모의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건설사 10곳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 그 공사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담합 사건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기술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그런 건설사는 한마디로 창피한거죠.” 사건에 대해 묻자 돌아온 관련 건설사 관계자의 첫 마디다.

사건은 이렇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 말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건설사들이 3조5495억원 규모의 입찰을 담합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기가 차다. 수주 받을 순서를 제비뽑기로 정하고 자신들의 도원결의(?)를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났다. 3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학급 청소당번 정하는 식으로 나눠먹은 것이다.

10개 대형 건설사와 해당 건설사 소속 임직원 20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들은 회사의 수익을 올려준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도덕 불감증이다. 반성이나 부끄러움보다 위에 언급한 식의 대답이 먼저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번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뿐만 아니라 이전에 문제가 됐던 4대강 공사, 호남고속철도 공사 등의 입찰담합 사건들은 ‘최저가낙찰제’의 폐해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300억원 이상의 공사를 대상으로 ‘종합심사낙찰제’와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저가낙찰제가 종심제, 종평제로 바뀌었을 뿐 이윤을 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여전히 그대로인 듯하다.

기업에겐 ‘이윤 창출’만이 최고 윤리라는 마인드는 곤란하다. 기업은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업의 이윤 창출이 공동체 질서와 사회 윤리를 앞지를 순 없는 일이다.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중히 대응하겠다며 담합 기업의 처벌 수위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들을 향한 정부의 칼끝이 결코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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