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충제 계란 파동', 높은 文 지지율로 해결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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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충제 계란 파동', 높은 文 지지율로 해결될 일 아니다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7.08.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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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각종 엇박자와 부실조사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전주 대비 상승하며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잘못된 국정운영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최근 '살충제 달걀'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계란에 대해 다시 판매를 허용했다. 이와 관련 2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57.3%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높은 긍정응답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와 같이 국민의 안전과 안위에 관해 정부가 부실 대응을 내놓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전임 정부에서는 각종 사태가 일어났을 때 마다 번번히 정부 지지율 하락세를 맞아야 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살충제 계란 문제 대응 과정이 전임 정부와는 달리 매끄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임명 한 달째 '살충제 계란' 파동을 맞은 류영진 식품안전의약처장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국회 보고와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의 미숙함은 해명할 길이 없다. 또, 정부의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도 발표에 착오를 일으키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모두 정부의 대책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지지도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보를 보였다. 20일 문 대통령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야권이 "쇼통(보여주기식 소통)"이라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21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국민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날 여론조사를 공개한 리얼미터는 살충제 계란 문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부처 간 엇박자와 부실 전수 조사 비판이 확산됐음에도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문제가 이전 정부에서 촉발됐다는 인식과 집권 초 새 정부에 대한 폭넓은 지지와 긍정적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먹거리 안전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충분히 비판받아야 할 정부의 대응책임에도 불구, 대통령 개인의 호감도나 긍정적 인식이 이를 경감시켜줬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 '국민이 기댈 수 있는 대통령'의 탄생은 반갑지만, '일 잘하는 정부'의 탄생과는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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