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원전’ 대만의 블랙아웃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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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탈원전’ 대만의 블랙아웃을 보라
  • 변효선 기자
  • 승인 2017.08.17 15: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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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탈(脫)원전’을 표방한 대만에서 지난 15일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체 가구 수의 64%에 달하는 828만 가정에 전기가 끊기는 이른바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만의 각 도시의 신호등이 꺼지면서 퇴근 시간 대에 엄청난 교통 혼란이 벌어졌다. 730명 이상은 엘리베이터에 갇혀야 했고, 타이베이 최고기온이 36도에 달하던 폭염 속에서 주민들은 냉방 없이 더위를 견뎌야 했다.

사고 원인은 대만전력공사가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발전소인 다탄발전소의 연료 공급 이상에 따른 작동오류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급한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최근 대만은 50년 만에 불어 닥친 연이은 태풍으로 송전탑이 붕괴되면서 130만kW의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해 가동 중단했던 제2원전 1호기가 제3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잇달아 승인하기도 했다. 당시 재가동된 이들 원전은 핵 발전소 운행 기한 내에 있는 재가동이기 때문에 탈원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나, 불안정한 전력수급 상태가 지속되자 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처럼 이웃나라인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연일 삐걱대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인 독일보다는 대만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력망이 잘 연결돼 있는 유럽 대륙에 위치한 독일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주변 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할 수 있으나, 한국과 대만은 그렇지 않다.

또 2011년 원전 완전 폐쇄 선언을 하기까지 25년이라는 장기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독일과는 달리, 한국과 대만은 아직 탈원전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국민당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재단이 성인남녀 107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원전 폐기로 인한 전기요금을 감수 및 탈원전 정책 실현에 따른 전력난과 관련된 질문에서 탈원전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비율이 비등하게 나타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재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이 이번 대만 대규모 정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며, 직접 비교를 통해 향후 한국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날 것으로 예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화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웃나라인 대만의 지속되는 문제들을 쉽사리 지나치기엔 찜찜하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도 슬그머니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정책 문제는 결코 쉽지 않고, 단순하지 않다. 대만의 사고를 교훈 삼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다시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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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2017-08-20 10:58:24
원전 버리고 잘 운영하고 있는 독일도 있지요.

석탄화력 2017-08-17 15:54:00
블랙 아웃은 대화로 풀면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