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에너지, 불도저 앞을 막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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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에너지, 불도저 앞을 막아서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0.10.2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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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스타]민주당 김진애 의원, ‘개발주의시대’에 브레이크를! ‘나쁜 공간정치’를 저지하라

▲ 국회 정론관에서 4대강 사업의 의혹과 부당함을 설명 중인 민주당 김진애 의원

[매일일보=이한듬 기자] 이명박 정부가 대선공약사업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좌절에 따른 대안사업으로써, 중점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은 그 시작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정부가 말하는 ‘4대강 사업’의 주요 목적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주변을 재정비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물 부족·만성적 홍수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하천을 건강한 문화생태 주변 환경으로 회복시키기는 것이지만 야권에서는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 사업의 초석을 다지는 일에 불과하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4대강 사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이어 왔고 현재 그 선두에는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있다.

비례대표 초선의원인 김진애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입문하면서부터 “4대강 사업을 막겠다”는 당찬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끈 인물이다.

원대한(?) 목표로 시작한 그의 의정활동이 진행되어 온지 어느덧 1년.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비례대표인 탓에 처음의 야심찬 의지가 무뎌질 법도 하건만,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그의 행보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친다.

건축가 출신 국회의원이 ‘공간정치’의 눈으로 바라본 ‘4대강’의 진실

정치 활동의 최종 목표는 ‘좋은 공간정치’ 실현과 ‘소통의 정치’ 구현

김진애 의원은 정말로 열정적이다. 또 힘이 넘친다. 자신을 ‘김진에너지’라고 소개할 정도다. 4대강 사업 저지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그는 4대강 사업의 허와 실을 직접 살피기 위해 170여개 공사장을 일일이 순례하고 공사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듣고 현장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카메라에 담았다.

‘소통의 정치’에도 열정적이다. 스스로를 ‘블로거 정치인’이라고 칭할 만큼, 그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의정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블로그에 담고 네티즌과 소통한다.

4대강 사업 저지 활동 역시 블로그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 앞서 말한 4대강 공사현장 순례의 전 과정들은 그의 블로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는 또 열성적인 트위터리언이기도 하다. 국정 활동 중간중간의 ‘사람’으로서의 국회의원 모습들을 트위터에 소개하고 네티즌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4대강 순례 과정에서의 모텔 체험기를 소개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박근혜 의원 트위터에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상각하고 있느냐며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간의 정치인·소통의 정치인, 그리고 4대강 

▲ 4대강 공사현장을 직접 찾아 사업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김진애 의원. 그는 지난 여름 170여개 공사현장을 일일히 순례하며 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김 의원의 블로그, 트위터에는 4대강에 대한 의혹과 이슈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네티즌들과 의견을 공유한다.

 “마음껏 퍼가셔도 좋다”는 멘트를 남겨 4대강 사업의 미흡함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키기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김 의원은 그토록 4대강 사업 저지에 열의를 보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김 의원의 남다른 이력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 건축가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것도 무조건 돈을 위해 땅을 파고 건물을 짓는 사업가가 아닌, ‘공간’에 대한 가치를 깊이 고찰하는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건축가였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신념은 그가 집필한 30여권의 저서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정치계에 처음 입문했을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공간’의 가치를 ‘정치’와 접목해 ‘공간정치’의 기준을 세웠다. 그는 공간정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공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산의 지혜로운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공간정치에 관련된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개발주의 부분에서 공간을 이용해 정치화하는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지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여러 가지 개발공약이나 정치인들이 삶의 질이나 여러 가지 욕구가 커짐에 따라 공간을 좋게 한다면서 그걸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는 또한 공간정치의 입장에서 (건축 혹은 개발)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해당 사업의 타이밍, 환경, 운영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김 의원은 ‘공간정치’의 시선으로 4대강 사업의 모든 요소를 면밀히 따져보고, 그것의 부당함을 ‘소통의 정치’로 옮기고 있다.

 

열정의 ‘공간정치가’가 찾아낸 4대강 사업의 의혹

김 의원이 4대강에 대해 갖는 의혹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혹은 4대강 사업이 당초 ‘정비’ 사업에서 ‘살리기’ 사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보의 숫자와 규격, 준설량, 사업의 예산이 크게 늘어나 사실상 대운하 계획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22조나 되는 사업이 예비타당상조사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과, 식수 오염 재앙을 감추고 있다는 점, 침수재앙을 감추고 있다는 점 또한 의혹의 핵심이다.

이 외에도 김 의원은 수리모형실험 등 안전점검 없는 부실설계로 보 공사를 강행해서 홍수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혹과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8조원에 달하는 15개 보 공사를 떠넘긴 이유에 대한 의혹, 4대강 주변 개발권을 수공에 주려고 새로운 법을 만들려 한다는 의혹,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 4대강 사업이 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취수원을 바꾼 이유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렇듯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의 계획에서부터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공간’과 ‘정치’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을 갖고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사업을 면밀히 따지기에, 그는 4대강 사업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문제점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폭로하기도 한다.

지난 8월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었던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서 다뤘던,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초석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 역시 김 의원이 이전부터 줄곧 제기해 왔던 의혹이다.

당시 그는 “4대강 사업이 운하준비사업이었다는 진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기존 2m 수심을 유지한다던 계획이 배를 띄우기 위해 6m 수심 확보사업으로 변경되었고, 1~2m 소형보를 만든다는 계획이 운하용 물 확보를 위한 10m가 넘는 대형보 건설계획으로 변경되었다”며 “4대강 정비사업에서 운하준비사업으로 사업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에 불과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운하사업으로의 계획변경에 개입한 청와대 측근들의 실체가 동지상고, 영포회 출신의 측근들이라는 사실은 실무자 보다 더 윗선의 지시나 보고 등 교감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정비사업이 청와대의 개입과 지시로 운하준비를 위한 수심확보사업으로 변경된 과정과 실체의 전모를 밝혀야 하며, 개입과 지시를 한 몸통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폭탄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0년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4일, 김 의원의 입에서는 핵폭탄급 폭로가 터져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3월 대구·경북 업무보고에서 “대구는 항구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는 결국 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의지가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지난 2009년 12월 대통령직속 기관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발간한 ‘수변 공간·도시 디자인 전략연구’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의 83쪽에는 내륙도시인 대구를 ‘항구산업’ 대상도시로 선정하고 있으며, ‘항구산업’을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항구 구간과 대형 산업단지를 통과하는 하천구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4대강 중 하나인 낙동강을 바다와 연결시키겠다는 ‘운하준비 사업’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이 운하준비사업이 아니라면 대구항은 있을 수 없으며, 결국 지난 2008년 6월의 ‘대운하 포기선언’은 국민을 기만한 ‘속임수선언’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불거지자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보고서의 전체 내용에는 ‘항구’와 ‘산업’을 구분하고 있으며, 대구는 ‘항구’가 아닌 ‘산업’도시로 분류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대구는 항구” 발언 또한 대구가 내륙도시라고 내륙지향적인 생각을 고집하지 말고, ‘대구항구’라고 생각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국건위의 해명으로 ‘대구항’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한 분위기이지만, 4대강 사업이 품고있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김 의원의 ‘매의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다.

 

김 의원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김 의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4대강 사업 저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홈페이지에도 소개되어 있듯, 김 의원의 진정한 정치적 목표와 가치는 ‘나쁜 공간정치를 뛰어넘어 좋은 공간정치의 가치’를 뿌리내리는 것에 있다.

결국 ‘4대강 사업 저지’는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기 식의 나쁜 공간정치를 막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의지의 표명이다. 그는 또 보통 시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 김 의원이 추구하는 ‘좋은 공간정치’가 ‘보통 시민의 삶’에 어떤 식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의원 김진애는 누구?

김진애 의원은 지난 1953년 2월 경기도 군포에서 출생, 1남 6녀 ‘딸부자집’의 셋째로 성장했다.

영희초교와 이화여중고를 거쳐 1975년 유신시절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서울대 공대에 진학해 건축을 전공,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나 건축석사와 도시계획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성’이라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딛고 건축가로서 명성을 얻으며 지난 94년에는 미국 ‘타임지’ 선정 ‘차세대 세계리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88년 대한주택공사에서 주택연구소 도시단지계획실장으로 3년간 일하다 1991년 서울포럼을 창업, 대표직을 맡아왔다.

김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몸을 담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부터이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집권시절 희망을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단 멤버로 정치계에 입문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같은 해 열린우리당 용산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정국교 의원이 주가조작 혐의로 사퇴하면서 비례대표직을 승계, 뒤늦게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의정활동에 돌입하면서 “원내 진출이 너무 늦었다고 하지만, 늦었다할 때를 가장 빠르게 만들도록 하겠다”며 “‘초짜 국회의원’, ‘많이 늦은 후발주자’에 불과하지만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드는 기쁨을 그려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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