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때 삼성 현안 얘기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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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때 삼성 현안 얘기 안했다”
  • 이근우 기자
  • 승인 2017.08.0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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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최순실 딸이 승마 선수인지 정유라인지 몰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사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제50차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4개월만에 처음으로 입장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본인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미래전략실(미전실) 결정에 자신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했다.

그는 “합병이 삼성전자였으면 더 확실하게 얘기했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그룹 대표로 참석하는 행사가 늘었고 그때마다 미전실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미래전략실에 소속된 적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소속은 삼성전자였고 95% 이상이 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였다”며 “전자·정보기술(IT) 만큼 화학, 금융 등 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크게 관여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정윤회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으며 승마 선수인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실체를 몰랐으므로 특검 주장처럼 특혜성·대가성 지원을 한게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1차 독대 때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고 한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삼성이 이전에 승마협회를 맡은 적도 있고 다른 기업보다는 규모가 크니까 요청한게 아니겠느냐는 것.

이 부회장은 “면담이 독대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안가에서 하는 독대 같은 것과 워낙 성격이 달라 5분 정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고 갑자기 오라고 해서 회의실에서 만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 면담 때 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눴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내가 말씀드린 것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과의 독대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의 연장선이라고 이해했다”며 독대에서 말할 내용을 자세히 준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전날 행사가 더 신경 쓰이고 긴장돼 더 연습하고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특검이 “승마협회 관련 지시를 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은 사람이 피고인인데 최지성 미전실장에게 맡기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제가 더 이상 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 최씨 측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도 당시엔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알게 됐다”며 “지난해 여름에 문제가 돼 미전실장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의 사익 추구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존재를 언론 보도 후 처음 알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과정에서는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화 융성, 스포츠 쪽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단 출연 이런 얘긴 기억이 안 난다”고 부인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출연에 감사의 뜻을 표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며 다른 기업 총수들은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점을 그같은 추정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저한테는 안 하셨다”며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서 재단 출연을 한 사실도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알게 돼 ‘그때 대통령이 말하던 문화 융성, 스포츠가 이거구나’라고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태민 목사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내막은 몰랐다”며 최씨가 비선 실세라는 얘기도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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