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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장사 잘했다고 욕먹는 은행
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올 상반기 국내은행들이 큰 폭으로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가계빚은 1400조원대까지 늘어 대출자들의 허리는 휘는데 은행들은 이자수익으로 자기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금융(신한은행)과 KB금융(국민은행), 하나금융(KEB하나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5대 금융사가 상반기 동안 거둬들인 순이익은 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각 사는 너도나도 '깜짝 실적'임을 내세우면서 비판 여론의 불씨를 당겼다.

금융업, 특히 '돈장사'를 본업으로 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이익규모가 클수록 여론의 비판 수위도 높아진다는 점은 각 은행들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실적시즌 때마다 유독 시중은행이 여론재판에 오르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무차별적 편의점 확장 등으로 골목상권의 위기를 불러온 '유통 공룡'들도 매년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사실 올 상반기 실적만 하더라도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30%, 65%씩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한자릿대 증가에 그쳤다. 대손충당금 환입과 판관비 절감, 수수료 수익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인데도 이자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시중은행도 사기업인 탓에 국책은행이나 공기업들처럼 '적당히' 벌어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특히 KB금융처럼 CEO(윤종규 회장) 임기가 코 앞에 닥친 은행이라면 주주 눈치도 봐야 한다. 농협은행을 포함해 이들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시스템적 중요 은행'라는 점에서 급격한 실적감소를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장사 잘한 은행이 욕먹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서비스에 대한 '공공재' 인식 탓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도시의 경우 불과 한블럭 지나면 은행점포나 ATM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예적금 등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거래 수수료가 무료다.

HSBC 등 한국의 소매금융에 진출해 불과 십수년만에 철수한 글로벌 은행들도 한결같이 국내은행의 '공짜 서비스'에 혀를 내두른다. 올해 초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추진했다 거센 비난에 놀라 검토 계획조차 철회한 사례는 무료 서비스에 그만큼 익숙해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한 몫 하고 있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년간 은행, 보험, 카드사 등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이 60조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금융감독원 자료를 배포했다. 이가운데 국책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해 16개 은행의 수익만 27조원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정치권은 은행 이자이익이 늘어나면 이자장사로 배불리는 천수답 경영을 그만두라 하고, 비이자 이익이 많으면 수수료를 합리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대형 시중은행들도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해외에서 수익을 내라고 하면서도 정작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에는 뭉그적거리고 있다. 

물론 시중은행들 역시 과거 '땅짚고 헤엄치기식' 대출 장사에 안주해 왔던 게 사실이다. 케이뱅크를 비롯해 이달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격경쟁력과 함께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한 혁신적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한부 임기의 시중은행 CEO는 노조 눈치보기에 바쁘다. 

그나마 최근 수년간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일부 은행의 경우 해외수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일면 다행스럽다. '잘해도, 못해도 욕먹는 게 은행의 숙명'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보다 혁신적 서비스와 해외부문 실적을 놓고 벌이는 생산적 경쟁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공인호 기자  ihko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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