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술 익는 향기 가득한 국순당 횡성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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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술 익는 향기 가득한 국순당 횡성공장 가보니...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7.07.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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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횡성의 공장 같지 않은 생산 시설 인상적
백세주·국순당 등 전통명주 연간 21만6000㎘ 생산
▲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국순당 공장 주향로 외부 전경. 사진=국순당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지난 21일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위치한 국순당 공장 ‘주향로’를 찾았다. 일반 공장과는 달리 주변에 탁 트인 푸른 전경이 인상적이었다. 또 공장 건물로 들어서자 시큼한 누룩 향이 코끝을 찌르는 것이 전통 술 공장에 왔음을 와닿게 했다.

국순당[043650]은 지난 2004년 강원도 횡성에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전통주 공장을 준공하면서 본사를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했다. 생산능력은 연간 21만6000㎘다. 이곳에서는 국내 대표 전통약주로 꼽히는 백세주를 비롯해 대박·우국생·국순당 쌀 바나나·국순당 쌀 복숭아·국순당 쌀 크림치즈·아이싱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먼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으로 갈아입은 후 허준원 품질보증팀장의 안내에 따라 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클린지역과 준클린지역으로 구분해 직원들도 철저하게 출입을 제한하게 하는 등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느껴졌다. 실제 국순당 횡성공장은 지난해 전체품목에 대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해썹) 인증을 받았다. 주류기업으로는 세 번째다. 해썹 해당 품목은 탁주·약주·과실주·일반증류주·청주·기타주류 등 총 6개 주종 74개 품목이다.

우선 원재료와 부재료가 저장돼 있는 저장창고를 거쳐 재료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설명을 거친 뒤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막걸리 발효되는 모습. 사진=국순당 제공.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막걸리가 익어가는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발효 탱크실’이었다. 2층 높이의 거대한 백세주 발효탱크들이 가득한 발효실에서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보글거리는 소리도 규칙적으로 들렸다. 누룩과 쌀이 만나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라는 게 허준원 품질보증팀장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담금이 완료된 재료에 누룩이 첨가돼 약 5일간 발효가 진행된다. 3일차 탱크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코를 쏘는 듯한 냄새와 보글보글 발생하는 탄산이 심했다. 막걸리 발효 향이 강하게 느껴져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고 어지러울 정도였다. 4일차 탱크에서는 탄산과 냄새가 잦아든 상태였다. 발효실 들어서기 전 ‘질식 위험’이라고 쓰여있던 경고문이 괜히 써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효가 끝난 술들은 술지게미를 걸러내는 여과 과정을 거쳐 다른 탱크로 이동한다. 발효와 여과 과정을 거친 술은 ‘나주’라고 불린다. 맛과 향을 내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맹술’로 알코올 도수가 17도가 넘는다. 따라서 물을 섞어 각 제품에 맞도록 도수를 낮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향과 첨가물을 넣는 ‘제성’ 과정을 거친 다음 포장돼 상온과 냉장 등 총 3일의 숙성을 거친다. 일반 막걸리와 쌀바나나·쌀복숭아 등이 여기 해당된다. ‘아이싱’ 등 탄산이 포함된 제품은 탄산을 투입하는 공정이 추가된다. 국순당의 주력 제품인 백세주는 여기에 12종의 약재를 투입한 뒤 다시 한 번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친다. 생산이 끝난 제품들은 병입과정을 거친 뒤 정식으로 출고된다.

빈 용기 이동하는 모습. 사진=국순당 제공.

생산라인에서는 곧게 정렬된 대박 막걸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박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10℃ 이하 냉장보관 시 30일이다. 국순당의 특허기술인 ‘발효제어기술’을 도입한 결과다. 발효제어기술은 생막걸리 안에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 밀봉한 채로 유통해도 페트병이 변형되지 않게 한 기술이다. 

육안 검사. 사진=국순당 제공.

한편 공장을 쭉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로 공장 내부를 잔뜩 메울 것이란 상상과는 달라 의아했다. 제품을 담는 병의 이상상태를 확인하거나 병입 직전 숙성된 술의 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등 몇몇 직원들만 눈에 보였다. 허 팀장은 “담금에서부터 발효·여과·제성·숙성·병입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횡성공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100명가량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화시스템으로 하루 8시간씩 백세주 생산설비를 가동하면 매일 40만병(375㎖ 제품 기준)을 생산할 수 있고 최대 77만ℓ를 동시에 발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향로에는 국순당 역사와 더불어 조선시대 술병부터 술을 빚던 옛 도구, 전통 누룩 등 우리 술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사진=김아라 기자 arakim7@

공장 투어가 끝난 후에는 2층에 있는 전통주 견학로인 ‘주향로’(술 향기 가득한 길)를 걸었다. 국순당 역사와 더불어 조선시대 술병부터 술을 빚던 옛 도구, 전통 누룩 등 우리 술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었다. 전통주 제조에 필요한 각종 약재들이 말린 채로 전시돼 있어 촉감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국순당의 모델을 전시해 보는 재미도 더했다. 특히 공장의 위생적인 생산 과정을 유리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돼있어 방문객들에게도 관람의 기회를 확대했다.

투어가 모두 끝나고 국순당 쌀 크림치즈과 아이싱 시리즈를 시음했다. 전 과정을 알고 나서 마셔서 그런지 술 맛도 좋았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잠시동안 막걸리 향기를 잊지 못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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