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연·절주 그리고 도박중독 방지를 위해 혈세를 투자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카지노·도박, 담배, 주류생산 기업에 연기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현희 의원(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투자내역 및 손익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5년간 직접투자나 위탁투자를 통해 국내 도박·술·담배 기업에 총 2조 8234억원을 투자했고, 국외의 경우 총 5억 8049만 달러를 도박·술·담배 기업에 투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국내 투자의 경우 담배·술·담배 7개 기업에 투자했고, 06년 3972억원이었던 투자액이 07년 6534억원, 08년 8299억원으로 급증했다가, 09년·10년에는 4천억원대로 낮아졌다.
07년에는 도박·술·담배 기업에 투자해 1735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08년과 09년에는 120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민연기금은 최근 5년간 술·담배·도박 기업에 투자해 총 1131억원의 수익을 내었다.
06년 1360만 달러였던 해외 도박·술·담배 기업에 대한 투자가 07년 3572만 달러로 급증하더니 이듬해 08년에는 6879만 달러, 09년 1억5521억달러, 10년 8월말 현재 2억 7098만 달러로 늘어나는 등 매년 2배 가까운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현재 06년과 비교하면 무려 19배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강원랜드, 파라다이스, GKL(그랜드코리아레져) 등 대형 카지노·도박기업에 총 6438억원을 투자했고 327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로(102억), 하이트홀딩스(985억), 하이트맥주(277억)에 총 1364억원을 투자해 26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담배회사인 KT&G에도 2조 432억원을 투자하여 1067억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국내 도박·술·담배 기업에 대한 올해 투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 8월말 현재 5개 기업에서 219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도박업체인 강원랜드, GKL 2개 기업에 대해서만 349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담배회사 KT&G의 경우 작년과 올해 합쳐 1086억원을 손실을 내고 있어 07년 1522억원의 수익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사행성기업 및 주류·담배 업체에 대한 투자내역을 보면, 담배기업에 총 4억 538만달러를 투자하고 그 뒤를 이어 맥주 1억 1235만달러, 사행성 기업에 3293만달러, 와인·증류주 생산기업에 298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근 5년간 5억 8047만달러를 투자했다. 10월 7일 현재 환율로 계산할 경우 6486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러한 실태와 관련해 전현희 의원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흡연과 알코올중독,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오직 수익률만 쫓아 사행성사업과 술·담배 기업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연기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윤리경영 실천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환경, 사회, 거버넌스(협치) 이슈 등을 고려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사행성·술·담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현행 기금운용지침 등을 개선해 국민건강에 위해 우려가 있고 사행성을 조장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국민건강에 힘쓰는 정부 정책과 국민의 상식에도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