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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민연금 독립성에 대한 단상
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국민의 노후자산 관리라는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잇단 구설수에 홍역을 앓고 있다. 공단 이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고, 580조원의 기금을 운용·총괄하며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공단의 1·2인자가 자리를 비우게 되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을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이 무성하지만 공단 내 인사 잡음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형표 전 이사장의 구속 이후 자신의 측근을 핵심 요직에 앉히려다 내부 반발은 물론 정치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어느 기관보다 공공성을 중시해야할 국민연금으로서는 1, 2인자의 잇단 불명예 퇴진으로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그나마 올 들어 주식시장 호황으로 '기금 고갈' 논란에서는 일부 자유로워졌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전에 '대형주 편식' 논란까지 불거졌다.

올 들어 코스피시장이 파죽지세 장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6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77개 기업의 주식평가액은 115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20% 넘게 증가한 수치다. 같은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이 각각 18%, 6%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지난 한 해동안 거둔 수익률(12%)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 수익률이 코스닥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 불균형이 심화된 배경을 놓고 국민연금의 책임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에 국내 주식투자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그룹에 쏟아부었다.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만 31조원에 달했으며, SK하이닉스도 5조원에 달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2%, 51%씩 급등했다. 

반면 코스닥은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이 심화되면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개미 필패(必敗)'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대규모 연기금의 투자패턴을 추종한다는 점에서 '큰 손' 국민연금이 중견·벤처기업에 대한 소외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충분히 수긍할만 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올들어 코스닥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형주, 재벌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비중이 83.3%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10년 뒤 재벌이 몇개나 살아남겠느냐"고까지 쏘아붙였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정부의 '쌈짓돈'인냥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코스피시장 내 대형주 비중이 77%인 점을 감안하면 대형주 쏠림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본질이 '국민 노후자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돼선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 의해 찬성표를 던진 전례를 감안하면 '독립성'에 대한 본질부터 다시 고민해야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시 시장에서는 합병 성사시 국민연금이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민간 전문가들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부의 입김 탓이 크겠지만 우리 경제의 삼성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시장 역시 '알아서 기는' 행태가 만연해진 것이다. 공적기금의 공공성을 살려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연기금의 공공성은 물론 독립성 제고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자유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은 모든 경제주체의 독립적 지위와 함께 합리적 판단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해외기관들 사이에서 '적폐 청산' 기대가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 시장의 투명성이 본 궤도에 올랐는지는 의문이다. 시장 중심의 자율성과 독립성만 강조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사회적 책임투자를 내세워 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게 적절한지는 좀더 고민해볼 문제다. 공공성만큼 수익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검증이 선행돼야 쌈짓돈 논란에서도 비켜설 수 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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