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US ‘햄버거병’으로 불러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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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HUS ‘햄버거병’으로 불러도 되나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7.07.10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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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최근 한 살배기 아들이 수족구에 걸려 일주일 정도 앓았다. 말 못하는 아이가 울면서 아파하는 모습은 지금도 생각하기 싫다.

수족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라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질병도 아니지만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해 아이가 아픈 것이란 생각도 나를 힘들게 했다. 하물며 자신의 행동으로 아이가 장기간 투병하고 있다고 느끼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최근 ‘맥도날드 햄버거병’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4세 여아가 지난해 9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1년 가까이 아프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HUS는 대장균(E. coli O157:H7), 이질균(Shigella), 캄필로박터균(Campylobacter) 등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유아가 HUS에 걸리면 급성신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어 사망에 달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문제는 HUS를 햄버거병으로 부를 수 있냐는 것이다. HUS의 발생 원인인 해당 세균들은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HUS의 발병 원인으로 각종 채소, 과일, 고기,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꼽고 있다. 오염된 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또한 손을 통해서도 세균이 신체 내부에 침투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햄버거가 HUS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아이 부모 주장대로 햄버거 패티에 있던 세균이 아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다만 의학계 일부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HUS 병변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들은 최소 반나절에서 길게는 이틀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병변이 발생한다.

해당 아동은 햄버거 취식 후 2~3시간 만에 복통을 동반한 설사를 했다. 이후 몇 차례 진료와 검사를 거쳐 HUS 확진을 받았다. 또한 같은 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햄버거가 300여개 팔렸지만 제품이나 건강 이상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관련 공무원들도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

이번 논란은 결국 검찰 조사로 일단락되겠지만 맥도날드는 이미 대중으로부터 인민재판을 당했다. 파장은 맥도날드를 넘어 다른 햄버거 업체로 전이된 상태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적인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끝으로 아이가 완치돼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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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2017-07-11 17:14:19
기자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얻어 먹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