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 FTA 재협상, 우리도 목소리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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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 FTA 재협상, 우리도 목소리 높여야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7.07.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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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이 우리나라 정·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은 지금 한국과 무역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데 이어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무역 협정이 2주 전 만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협상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문 대통령과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을 자초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전혀 괘념치 않는다는 듯 본인이 하고 싶은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한마디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의 의견이야 어찌됐든 제 멋대로 무례한 생떼를 써도 ‘감히’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조차 높일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한 국력과 재력을 배경으로 두고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 협상이라고 자평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FTA 발효 후 한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2년보다 2.5배 이상 늘었고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도 30% 이상 증가해 한미 양국이 상호호혜를 입었다.

또한 관세 인하 등으로 소비자 후생 역시 한국은 약 4억3000만달러, 미국은 약 5억1000만 달러 가량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손실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돼 관세율이 새롭게 조정될 경우 우리나라에 앞으로 5년간 발생할 수 있는 수출 손실은 최대 170억달러(약 19조4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수출 손실은 101억달러로 가장 클 것으로 보이며, 철강업종의 경우 13억1200만달러(1조5000억원)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몽니에 한미 FTA 재협상은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일뿐, 사실상 피할 수 없는 현안이 됐다.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면, 우리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바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협상을 주창하듯이,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가야 할 것이다.

자동차도, 철강도 미국에 무작정 내어주기보단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계와의 긴밀한 협조와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탁상 위의 지표만으로 실익을 따질 경우 예상치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최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면밀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부처를 넘어 적극적으로 사업현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일정부분 손해가 불가피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하하면서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필수 산업 등 중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이익을 챙겨올 수 있는 재협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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