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달아오른 부동산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핀셋규제’로 불리는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높아진 은행권 대출문턱에 막혀 제2금융권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조짐은 애초부터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6·19 부동산 대책은 지난 3일 전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분양권 전매제한은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됐고, 청약 조정지역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됐다.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은 1채로 제한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일부 재건축 지역을 제외하고는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 실거래 건수는 1만4605건으로 올 들어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6월보다 27%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07년 조사 이후 6월 단일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다.
LTV, DTI 강화를 피하는 막바지 단지의 청약열기도 대단했다. 지난 5일 청약접수를 받은 전국 6개 단지는 모두 전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공급되는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는 1순위 청약접수에 총 1만1437명이 몰려 평균 13.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국제빌딩 4구역에서 분양에 나선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평균 3.16대1로 1순위 마감했고,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 재건축 단지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평균 23.58대1, 노원구 월계동 ‘인덕아이파크’는 평균 3.8대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구리수택’의 평균경쟁률은 10대1을 나타냈다.
6·19 대책을 피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오피스텔’의 경우 평균 378.81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전용 79㎡A는 무려 594.56대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제를 비껴간 오피스텔 등에서의 풍선효과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자금이 넉넉지 않은 서민과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최근 유행처럼 번진 ‘갭(gap) 투자’ 인기는 하늘높이 치솟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참여정부의 투기억제대책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참여정부 시절 수급예측 실패로 부동산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에 비춰, 정부가 수요와 공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온·냉탕 정책으로는 시장 신뢰만 잃을 뿐이다. 지역별, 대상별 맞춤형 규제를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에다, 예측가능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이 더해진다면 정책의 시장 선도 기능에 더욱 힘이 실리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