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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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
  • 홍승우 기자
  • 승인 2017.07.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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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21년 만에 개정된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돼 약 한 달이 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입·퇴원 제도 개선, 정신질환자 복지 지원 및 국민건강증진에 대한 사업근거를 새로 마련한 것이다. 특히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인권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없는 정신질환자 중 정신의료기관 입원 또는 정신요양시설 입소를 원치 않는 경우는 퇴원·퇴소해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안을 한 달 간 시행한 결과 정부와 병원·협회 간의 입장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입·퇴원제도가 현장에 정착 중이라며 개정 전 현장이 우려했던 대규모 퇴원 등의 혼란이 없었다고 자평했다.

법 시행 후 한 달 간 입·퇴원관리시스템으로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한 환자를 집계해본 결과 일 평균 약 227명으로 나타났다.

시행 전 일 평균 약 202명(심평원 자료 기준)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에 그쳐 수치상으로는 복지부의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병원 및 여러 협회에서는 대규모 퇴원 사태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준비 부족을 인식해 출장 진단 배정이 어려운 경우 같은 병원 2인 진단으로 입원 연장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치를 허용해 해당 사태가 연기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연말 이후에는 대규모 퇴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 다른 대처 방안 없이 환자들의 대규모 퇴원 사태를 맞이할 경우 재정 감소에 따른 병원 운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서울시 노원구의 한 정신병원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31)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서는 대규모 퇴원 사태에 대비해 근무인력 감축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규직 외 시간제 근무자를 상대로 한 퇴직 종용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럴 경우 병원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요구된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가 자의로 퇴원을 선택할 경우 완치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개정을 통해 정부가 21년 동안 여러 폐단이 있었던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선하려는 부분은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시행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되는 개정안의 정착 및 성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현장과의 소통 강화 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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