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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3천만 국민은행 vs 4천만 카카오뱅크
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급기야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4일 국회에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은행업 인가 요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노조는 점포 폐쇄의 반대 근거로 은행의 공적 기능을 내세웠지만 요지는 '노조 힘으로 안되니 정부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금융산업의 최대 적폐는 관치(官治)'라며 금융위원장 인선에까지 압력을 가해온 노조로서는 정치권을 통해 우회적으로 관(官)의 개입을 읍소하는 머쓱한 상황이 전개됐다. 물론 금융노조의 존립 근거가 노조원의 이익 대변이라는 점에서 칼바람 앞에서의 명분은 사치일 수 있다.

현재 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폐쇄 움직임에 대해 시중은행으로서의 공적 역할은 내팽개치고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전국 영업점의 80% 수준인 100여개를 없애고 30여개만 남기겠다고 하니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노조가 은행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나선 배경은 한국씨티은행의 이런 행보가 은행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노파심이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3000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감축한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하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인력관리 역시 채용보다는 감원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은행권 수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있고, 일각에서는 십수년 내에 은행 영업점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온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평가받는 빌게이츠는 과거 '은행 없는 은행'시대를 2030년으로 전망했지만, 핀테크의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는 말이 헛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사측의 극구 부인에도 여타 은행들 역시 한국씨티은행이 사실상 업태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굳이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차이를 찾는다면 타깃 고객군이 다르다는 정도다. 넉달째 성업 중인 케이뱅크과 출범이 임박한 카카오뱅크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범용성을 강점으로 젊은층은 물론 IT기기에 익숙한 중장년층까지 아우른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고액 자산가와 기업금융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 위주의 자산관리센터를 잇따라 오픈한 데 이어 올해부터 은행권 유일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한 것도 '돈이 되는' 고객에게 혜택을 몰아주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이런 행보를 마냥 비판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한국씨티은행의 이번 결정은 빅4(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로 굳어져버린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일 수 있다. 실제 씨티은행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인 자산감소를 경험해 왔다. 한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은행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과정에서도 외환 및 기업금융의 강점이 안정적 경영의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소매금융 기반이 취약한 외국계은행(한국씨티·SC제일은행)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내홍으로 고객이탈이 본격화된 지난 수개월간 케이뱅크는 무려 30만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한국씨티은행이 舊한미은행 인수 이후 13년간 관리해온 200만 고객의 15%를 석달만에 채운 것이다.  

최대 3000만 고객기반을 갖춘 국민은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현 시점에서만큼은 빗나간 듯 보인다. 더욱이 카카오뱅크의 경우 무려 4000만에 이르는 카카오톡 유저가 잠재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단기간에 판을 뒤엎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췄는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자본확충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와 검증되지 않은 리스크관리 능력, 취약한 인적자본 등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갖고 있는 대표적 한계다.

같은 이유로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까지 취급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 일변도는 아니다.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듯 위기의 순간은 감독 부재와 고삐풀린 탐욕에서 시작됐다.

공인호 기자  ihko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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