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중행사 ‘기업의 갑질’, 대체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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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중행사 ‘기업의 갑질’, 대체 언제까지?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7.07.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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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연중행사 ‘기업의 갑질’로 조용할 날이 없다. 정우현 미스터 피자 회장부터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MCM 신화로 불리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까지. 이들의 갑질 사례도 다양하다. 일방적인 단가 선정 방식 변경으로 하청업체가 부도를 맞는가 하면 여직원을 모텔로 끌고 가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오너도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정 전 회장은 친인척 업체를 중간에 끼워 가맹점에 비싼 가격으로 치즈를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스터피자를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싼값에 제품을 파는 등 이른바 ‘보복영업’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론 악화에 검찰 수사까지 임박하자 정 회장은 결국 앞서 지난달 26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대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도 지난달 9일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는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성주디앤디 공동대표에서 지난달 1일 조용히 사임했다.

이처럼 갑질한 경영인은 논란이 불거지면 책임지면 된다는 식으로 잇달아 사퇴하며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질 기업 오너들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해당 기업은 이들이 경영에 쉽게 복귀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지만 자신의 지분을 내놓지는 않았다. 정 전 회장이 엠피그룹 주식의 16.78%을 갖고 있고 부회장인 외아들 정순민씨(16.78%)와 친족까지 더하면 지분은 48.92%에 이른다. 정 전 회장은 사내이사(등기이사)도 유지하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에는 개인 사업체여서 최 회장이 사퇴하면 회사를 폐업해야 한다. 사퇴는 불가능하다. 성주그룹 계열사인 성주디앤디는 비상장 기업으로 상장사보다 경영·재무 관련 기업공시 의무가 적고 회계 감사가 비교적 취약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의사 결정과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다. 향후 김성주 회장의 영향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언제까지 이러한 조치들이 기업 갑질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싶다.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여론 달래기용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기업 오너들이 더 큰 처벌을 받거나 진짜 ‘을’을 위한 다양한 상생안이 하루빨리 생겨 더 이상 갑질 논란이 불거지지 않길 바란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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