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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말도, 탈도 많지만… 치킨은 죄가 없다?
이상민 경제사회부 부국장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게임 이론 중에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대립하는 두 집단이 있을 때 그 사안을 먼저 포기하는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손해를 보게 되는데, 만약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두 집단 모두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먼저 포기하는 쪽이 겁쟁이(chicken)로 여겨지는 까닭에 일명 ‘겁쟁이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닭을 겁 많은 동물로 여겨 치킨이라는 단어에는 겁쟁이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다.

한 때 젊은이의 표상으로 불렸던 제임스 딘이 주연한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의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듯하다.

최근 닭이 뜨거운 논란거리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거기에 한 유명 치킨프랜차이즈업체 회장의 일탈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치킨 가격을 올리려다 여론에 밀려 가격 인상을 없었던 일로 한 뒤에 터져 나온 성추문이라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뭇매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가 치킨이다. 특히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맥주와 어우러져 ‘치맥(치킨+맥주)’이란 이름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다.

하지만 이런저런 악재에 발목이 잡히며 올해 상황은 영 딴판이다. 닭고기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으며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소비가 줄면서 닭고기 공급업체의 냉동 창고에는 하루가 다르게 비축물량이 늘어만 가고 양계농가에서는 출하시기를 넘긴 병아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농가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몸값보다 비싼 사료를 먹이며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생산에서 유통, 소매상까지 닭고기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이다.

더군다나 창고에 쌓여있는 냉동 닭고기가 삼계용이나 양념용으로 유통되면서 2차 피해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냉동 닭고기가 치킨용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닭고기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각종 불안요소들이 겹치며 좀처럼 소비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달갑지 않은 조사결과가 나와 걱정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작년 내수 불황으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수가 83만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여기에 벌이가 시원찮아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제받은 사업자도 12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지난해 창업한 사업자 수는 122만6433명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 2002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폐업을 선택한 사업자도 15.1% 증가한 90만9202명으로, 2004년 이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하루에 3360개의 새 가게가 문을 열고 반대 쪽에선 2491개의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치열해진 직장생활과 길어진 노후 탓에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이상민 기자  marineboy@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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