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수요 줄어드는데…은행권, 하반기 채용규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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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수요 줄어드는데…은행권, 하반기 채용규모 ‘고심’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6.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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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채널 확산…상반기 이어 하반기 공채 ‘바늘구멍’
사진제공= 각 사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은행권 취업문도 ‘바늘구멍’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로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호응해야 하지만, 비대면 채널이 갈수록 확산되는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채용 규모와 관련해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이 없다. 통상 8월에 하반기 채용 일정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대략적인 규모와 일정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만이 ‘채용 확대’ 계획을 내비친 정도다. 앞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22일에 실시된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하반기 채용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취업준비생의 채용 기회 확대를 위해 하반기 채용 전에 지방자치단체 및 국방부와 함께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실시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광역시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전라남도, 29일 부산광역시, 다음달 6일 충청북도에서 지방자치단체 현장면접을 진행한다.

우리은행도 희망퇴직 인원에 비례해 신입 행원 채용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대졸 공채는 전직 희망직원 규모에 따라 채용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금융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관련 전공 대학원생 등을 별도 부문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희망퇴직 성격인 ‘전직지원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말에는 310명이 퇴직했다. 이어 우리은행 노사는 다음달 임금피크제(임피제)에 진입하는 직원과 호봉이 높은 책임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위해 희망퇴직금 인상을 위한 협의를 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 대상은 정직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지만, 임금피크제 대상인 만 55세 이상 직원이 주 대상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연봉이 높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신규 고용 여지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이달 개인금융서비스 직군의 신규인원 100여명을 채용 중에 있다.

KEB하나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 고용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올해도 적정 규모의 채용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비효율 중복 점포의 통폐합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있어 채용규모 확대가 여의치 않다”면서도 “내년도 인력수급 계획이 확정돼야 구체적인 규모가 나올 것 같지만 가능한 많은 인원을 신규 채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직후 대규모 중복 인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하반기에 금융권 최대 규모인 450명을, 지난해에는 150명을 각각 신규 채용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국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상·하반기로 나눠 대졸 신입(일반직) 공채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100명, 하반기 200명을 각각 뽑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인천국제공항과 강원·충북·전북·광주·전남·울산 등 지방 영업점에서 입출금창구업무를 할 리테일서비스직만 채용해 일반 대졸 공채는 진행하지 않아 하반기 채용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디지털 부문은 4차 산업혁명 대응 차원에서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만큼 이공계나 IT 전공자 채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위 행장은 취임식에서 “과거와 다른 금융환경에서 공채 중심의 획일적인 채용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각 업무 분야 특성에 맞는 전문성 보유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점포전략 변화와 대내외 경영여건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역시 뚜렷한 계획은 없다. 일반적으로 NH농협은행은 상반기에 지역단위 채용인 6급 신규직원, 하반기 전국단위의 5급 신규직원 등 1년에 두 차례의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6급 직원 200명을 채용해 영업점 배치를 완료했다. 최근 5년간 하반기에 100~150명 규모의 5급 직원을 뽑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도 이와 유사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점포전략의 변화와 대내외 경영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채용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채용에는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등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우대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안팎에서는 모바일, PC로 진행되는 비대면거래가 늘어나고, 은행마다 몸집 줄이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폐점 점포가 늘어가고 기존 행원에 대한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일반직 채용 규모를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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