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딩뱅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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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딩뱅크 경쟁
  • 공인호 기자
  • 승인 2017.06.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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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금융팀장

[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국내 1, 2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선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국내 주식시장이 호황 국면을 이어가면서 '금융 대장주'를 둘러싼 경쟁도 또 다른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올해 본격화된 '리딩뱅크' 경쟁의 관전 포인트는 KB금융의 '공성'과 신한금융의 '수성'으로 요약된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켜온 신한금융은 10년만에 '원조 리딩뱅크'인 KB금융에 왕좌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

사실 이들 금융그룹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숙명의 라이벌'이면서도, 성장 과정은 물론 위기의 순간마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닮은꼴 행보를 보여왔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점에서 이들 금융사의 행보는 국내 금융권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우선 KB금융이 리딩뱅크 탈환 기회를 얻게 된 것은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먹혀든 결과다. KB금융은 취약한 비은행 부문의 수익증대를 위해 최근 수년간 舊LIG손해보험과 舊현대증권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M&A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돌파형 리더십이 잇단 승전보로 이어졌다.

사실 KB금융의 이런 행보는 신한금융이 舊조흥은행(2003년)에 이어 舊LG카드(2007년) 등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며 리딩뱅크의 초석을 다졌던 행보와도 닮아 있다. 이후 신한금융은 은행-카드-증권으로 이어지는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10년 가까이 리딩뱅크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촉발된 '신한사태'는 신한금융이 한단계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신한금융은 내분사태 이후 한동우-조용병 체제 출범을 통해 리더십 안정화에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만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추가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적의 사업포트폴리오'라는 시장의 평가가 오히려 수세적 경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최근 수년간 KB금융은 체질개선과 함께 M&A 전략에 주력해 왔다. KB금융 역시 지난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지만, 같은해 10년 여만에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급반전을 이뤘다. KB사태 역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간 갈등에서 촉발된 내분 사태라는 점에서 신한사태와 닮은 꼴이다.

다만 KB사태의 경우 '관치금융'에 따른 낙하산 인사의 폐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룹 1, 2인자간 권력암투로 묘사된 신한사태가 시장 파급력은 더 컸지만, KB사태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된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뿌리가 더 깊고 견고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했던 국민은행이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결국 신한사태와 KB사태는 국내 금융그룹의 불안정한 소유구조와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치부를 드러냄과 동시에, 안정적 리더십의 절실함을 일깨우는 반면교사가 됐다. 일각에서는 판박이 영업행태가 반복되는 금융업계에 '리더십이 대수냐'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심각한 내홍을 경험한 이들로서는 펄쩍 뛸 일이다.   

다만 현재의 경쟁구도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냐는 또 따른 문제다. 당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내년 금융지주 전환을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동안 체질개선에 주력해온 하나금융지주도 '하나-외환은행' 합병 시너지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 KB금융의 추격에 수세에 몰린 신한금융은 '이제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자'며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존과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치금융과 내분사태 등 과거로부터 결별을 고한 4대 금융사가 이끌어갈 앞으로 10년 경쟁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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