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7080이 ‘카톡’ 세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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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080이 ‘카톡’ 세대라고?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6.25 13: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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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요즘 70~80세 어르신들도 카카오톡 다 하십니다. 모바일뱅킹도 교육 받으면 다 하실 수 있어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씨티은행의 국내 점포 통폐합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반박이다.

더불어 박 행장은 “국내 씨티은행의 전체 이용자 가운데, (통폐합과 관련해) 불만을 접수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고객의 다수가 불편을 겪는다면 생각을 다시 해보겠지만, 일부 불편을 겪는 사람들로 인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늦춰질 수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동안 씨티은행은 ‘점포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금융시장의 트렌드라고 역설해 왔다. 씨티은행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한국의 인터넷 사용률은 90%에 이르며, 이는 영국(92%), 일본(91%)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한국의 모바일 사용률은 76%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약 5000만 명의 인구 가운데 46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활동적인 온라인 사용자는 72%, 모바일 뱅킹 사용률은 43%를 각각 기록했다고도 설명했다. 

박 행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씨티은행의 채널별 거래 비중 변화를 설명하며, 지점의 거래 비중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체 거래의 5%가 발생하는 ‘지점’ 채널에 한국씨티은행의 인원 40%가 배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며 부정적 시각에 대해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박 행장의 언급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라는 언급 역시 그의 고민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핀테크 시대에 점포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한 ‘속도’다. 여기에는 고객을 바라보는 사측의 시선이 반영돼 있다. 여타 시중은행의 경우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고객들이 적응할 시간과 대응책을 마련해 가며 점진적으로 지점 축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영업점포(지점·출장소 포함)도 3686개로 지난해 말(3757개)보다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 점포 중 80%인 101개를 연내에 없애겠다는 씨티은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노조 등 일각에서는 씨티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려면 ‘비행기를 타야할 판’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사측은 뚜렷한 대비책 없이 점포 축소를 강행할 태세다. 

공공성을 외면한다는 안팎의 비난은 논외로 치더라도, 7080세대가 모바일(카톡)에 익숙한 세대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별도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카톡도 하는데 모바일뱅킹도 교육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논리로는 점포 통폐합의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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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2017-06-29 09:26:00
기자님 굿!!